삼성전자 ‘깜짝 실적’의 일등공신은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호조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이날 공개되지 않았지만 DS 부문이 16조~17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사 실적 성장을 통째 견인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80%에 달하는데 3분기(7조 원)와 비교해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적 호조에는 범용 D램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필요한 D램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AI가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할 기업용 SSD(eSSD) 주문도 폭증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말 9.3달러를 기록했다. 1.35달러에 그쳤던 2024년 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7배 가까이 올랐고 4분기에만 가격이 50%가량 급등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메모리 빅3 중 최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들보다 전반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수혜를 크게 봤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한정된 생산 능력을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위주로 배분하면서 모바일과 PC 등 소비자용 D램까지 가격 상승세가 옮겨붙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메모리 입도선매로 HBM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것도 수익성을 높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HBM3E 계약 단가를 기존보다 약 20%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HBM3E 12단의 경우 300~500달러까지 가격이 오르며 500달러 중반대로 형성된 HBM4와 가격 격차가 크게 줄었다. 최근 중국에 수출이 허가된 엔비디아의 H200부터 구글의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트레이니엄3 등 HBM이 채택되는 제품군이 대폭 늘어난 영향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생산자들은 보수적 공급 계획을 펼치는 중”이라며 “그 과정에서 긴급 수요처들의 제안가가 치솟으며 메모리 판가가 ‘하루에 1% 이상씩 오른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시장이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을 넘어선 ‘하이퍼 불’(Hyper Bull·초강세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올해는 HBM 등을 중심으로 불거졌던 기술 위기론도 씻어내며 실적 증가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비해 HBM 시장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스템 재설계를 통해 제품의 성능과 수율을 개선하며 승부수를 걸었다. 그 결과 엔비디아·브로드컴 등 주문형 반도체(ASIC) 기업으로부터 HBM4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공급 확대를 앞두고 있다.
HBM4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실적 레버리지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6~17% 수준이던 삼성전자의 글로벌 HBM 시장점유율이 올해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DS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HBM4는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줬다”며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세도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D램 평균 가격은 62%, 낸드는 75%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치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4분기에 75%나 가격이 폭등했던 서버용 D램 모듈의 경우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20~40%대 추가 상승이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매출이 지난해 130조 원에서 올해 200조 원을 넘기고 영업이익은 지난해(24조 원) 대비 3~5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매 분기 30%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삼성전자의 지난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4%, 1% 수준이었다가 3분기(21%)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4분기 38%까지 올랐다.
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D램 가격 상승과 HBM 출하 증가로 급증할 것”이라며 “HBM 점유율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35%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적 개선을 앞세워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처음 내줬던 글로벌 D램 1위 업체 지위도 탈환하며 ‘반도체 왕좌’를 되찾았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D램 부문에서 192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SK하이닉스(171억 달러)를 추월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4분기까지 30년가량 D램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1분기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D램 1위를 내줬는데 이를 1년이 안 돼 되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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