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하고 있는 고환율 환경 속에 국내에 상장된 해외 자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중심으로 보수 인하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 당국이 증권사를 상대로 해외 주식 마케팅을 제한하는 기조를 보이자 자산운용 업계 역시 해외 상품을 둘러싼 경쟁에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운용은 최근 미국 자산 관련 ETF 상품을 중심으로 보수를 대폭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계획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24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단기국채에 각각 50%씩 투자하는 ‘1Q 미국S&P500미국채혼합50액티브’ ETF의 총보수를 연 0.15%에서 0.05%로 인하한다고 예고했으나 효력 발생일을 앞두고 자진 철회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당국의 해외 주식 마케팅 규제 기조와 맞물린 흐름으로 현재 고환율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한때 142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최근 다시 반등하면서 1400원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해외 투자 자금의 과도한 유출을 경계하는 분위기 속에서 증권사뿐 아니라 운용사 역시 경쟁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자산운용업 특유의 수익 구조 역시 보수 인하 경쟁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령 은행의 경우 금리 변화에 따라 예대마진을 통해 수익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지만 운용업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에 비례해 보수를 올리기 어려운 데다 고정적인 비용 성격상 수익성을 탄력적으로 방어하기 어렵다.
보수 인하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TF 보수는 운용·사무관리·유동성공급자(LP) 비용 등이 패키지로 묶인 구조여서 이를 낮춘다고 해서 LP 몫을 별도로 조정하거나 비용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없다. 이로 인해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와 달리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보수 인하가 실제 투자 성과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체감하기는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시장 이해도가 높아짐에 따라 단순한 보수 인하를 상품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보지 않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운용사 내부에서도 비용 경쟁보다는 상품 구조와 운용 전략으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상황에서 해외 투자 열풍을 부추기는 행태에 대해 경계하려는 정부 기조에 따라 보수 인하 역시 눈치 보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마케팅 경쟁으로 흐르던 출혈경쟁이 사그라드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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