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대 은행계 금융그룹의 현직 최고경영자(CEO) 재직 기간이 11년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 금융사들도 10년 이상 장수하는 CEO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 CEO의 임기는 6년 같은 특정 숫자가 아니라 건전성과 주가, 미래 먹거리 확보 같은 성과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중국을 제외한 기본 자본 기준 글로벌 대형 금융사 20곳의 CEO 근무 기간을 분석한 결과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미 4대 은행그룹의 현 CEO 평균 재직 기간은 약 11년 9개월로 집계됐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2006년 취임 이후 2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Bof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도 2010년 취임해 16년째 재임 중이다. 웰스파고의 찰스 샤프 CEO 역시 2019년 취임 이후 7년 가까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장기 재임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자산 성장과 이익 개선, 주가 상승 등 실질적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는 다이먼 CEO 취임 직전인 2005년 12월 말 총자산은 약 1조 2000억 달러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9월 말 기준 4조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순이익은 2005년 85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 1~3분기 누적 44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로 확대됐다. 주가 역시 취임 직전 1주당 30달러 안팎에서 최근에는 300달러대를 기록하며 10배 가까이 뛰었다.
BofA 역시 모이니핸 취임 직전 해인 2009년 말 총자산은 2조 2200억 달러였으나 지난해 9월 말 3조 4000억 달러대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약 63억 달러에서 230억 달러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 BNP파리바의 장로랑 보나페 CEO는 2011년 말 취임해 14년 넘게 재직 중이다. 특히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 UBS의 세르지오 에르모티 CEO는 2011~2020년 9년 가까이 UBS를 이끌다 은퇴한 후 2023년 4월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를 앞두고 복귀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의 데이비드 매카이 CEO도 2014년부터 11년 넘게 재임 중이다. 한 수도권 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EO와 이사회 의장의 임기가 긴 것은 능력이 좋으면 계속 쓴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중장기 경영 목표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도 임기를 단기간으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 회장의 연임 횟수 제한은 없지만 10년 이상 재임한 경우는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이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 4연임(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4연임(9년)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3연임(9년) 등에 불과하다. 주요 금융지주는 모두 회장의 재임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있다. 은행장까지 포함하면 라 전 회장이 17년,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14년 넘게 CEO를 지냈다. 금융계의 관계자는 “명암이 있지만 라 전 회장은 신한을 최고의 리딩금융그룹으로 키워냈고 김승유 전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비롯해 하나금융을 4대 금융그룹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CEO의 임기를 기계적으로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더 있는 것도 아니다. JP모건체이스와 BofA·씨티 등은 그룹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한국은 CEO 입김을 우려해 둘을 완전히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회장들이 너무 연임해 (후보들이) 6년씩 기다리면 그게 무슨 차세대 리더십이냐”고 날을 세웠지만 전직 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16일께 5대 금융지주와 은행연합회 등과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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