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서학개미의 자금이 다시 미국 증시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연말 절세 매물이 소화된 데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성장 기대가 재점화되면서 대표 빅테크 종목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결제액은 지난 1일 하루에만 5억436만달러(약 73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인 25, 30, 31일 사흘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뒤 새해 첫 거래일에 곧바로 ‘유턴’한 셈이다. 하루 순매수 규모는 직전 3거래일 순매도 합계(3억2162만달러)를 웃돌았다.
연초 매수 전환의 배경으로는 연말 양도소득세 회피 목적의 매도 물량이 사라진 점이 꼽힌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는 12월 31일까지 결제된 매도를 기준으로 부과돼, 연말에는 차익 실현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나흘 연속 약세를 보였던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새해 들어 반등 조짐을 보인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 자금 쏠린 곳은 ‘알파벳’
서학개미의 선택은 다시 알파벳으로 향했다. 지난달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알파벳 클래스 A로, 약 6억달러(8700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상승 흐름이 유지되고 있고, AI 경쟁력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구글이 검색·광고·클라우드·AI 모델을 모두 아우르는 ‘풀스택’ 구조를 갖췄다는 점을 핵심 강점으로 본다. 특히 생성형 AI ‘제미나이’ 고도화 이후 검색과 광고, 쇼핑으로의 확장이 동시에 거론되며 투자 스토리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다.
◇ 증권가 “AI 쇼핑이 다음 무대”
증권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2025년이 AI 검색의 해였다면 2026년은 AI 쇼핑의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AI 추천을 통해 유입된 트래픽의 구매 전환율이 실제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글이 AI 대화를 통해 구매 의도가 높은 쇼핑 트래픽을 확보하고, 개인화 추천으로 광고 효율을 높이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제미나이 3.0에 대한 호평 이후 주간 활성 사용자(WAU)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클라우드와 TPU(자체 AI 칩) 외부 판매 확대까지 겹치며 성장 모멘텀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동성은 남아 있지만 AI와 클라우드를 축으로 한 중기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 다시 커지는 ‘서학개미 효과’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 확대는 환율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당국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개인 해외투자 증가가 원·달러 고환율의 한 원인이라고 언급하며,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초 서학개미의 귀환은 단기 이벤트라기보다, AI를 둘러싼 구조적 성장 기대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숨 고르기 이후 방향을 잡은 미국 증시에서, 서학개미의 다음 선택이 다시 한 번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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