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 늘 금의 그늘에 가려 뒤에 서 있었다. 안전자산으로서 상징성은 금에 비해 약했고 산업 금속으로서도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동안 은은 투자의 관점에서 주목을 받기 어려웠다.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이 인공지능(AI)으로 재편되고 있는 지금, 은에 대한 인식은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은에 대한 재평가는 산업구조 변화에서 출발한다. 대규모 전력 소비가 필수인 AI 시대에 전기가 흐를 때 손실이 적고 열이 덜 쌓이면 전력 비용을 줄이면서 장비 수명도 늘릴 수 있다. 이 차이는 수천 대, 수만 대의 장비로 확산될수록 기업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지점에서 은의 산업적 가치가 부각된다. 은은 모든 금속 중 전기와 열 전도도가 가장 높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패키징, 고성능 서버, 전력 제어 장치, 태양광 발전 핵심 부품에 은이 사용되는 이유다. 비용보다 효율이 더 중요해지는 환경에서 은은 대체재가 제한적인 전략 자원의 성격을 갖는다.
수요 구조 변화와 달리 은의 공급은 탄력적이지 않다. 은은 대부분 금, 구리나 아연 등 다른 금속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돼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단기간에 증산하기 어렵다. 은 광산 신규 개발에는 수년이 필요하고 주요 생산국들의 정치·사회적 불안도 안정적인 공급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이 겹치며 은은 올해 들어 역사적 최고 가격을 경신했고 가격 변동성도 크게 유지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이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에서 은 투자는 단기 시세보다는 자산 배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인 만큼 특정 시점에 집중 투자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 내 일정 비율을 정해 중장기적으로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수단 선택도 중요하다. 실물 은은 보관과 거래가 번거롭고 선물 등 파생상품은 접근성이 낮다는 점에서 상장지수펀드(ETF)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은 ETF는 가격에 투명하게 연동되면서도 별도의 보관 부담이 없고, 주식 매매 계좌를 통해 쉽게 매매할 수 있으며 소액·적립식 투자도 가능하다.
기술 발전이 원자재의 가치를 재정의한 사례는 낯설지 않다. 과거 리튬이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소재로 부상했듯 은 역시 AI 시대의 전력과 데이터를 흐르게 하는 필수 자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제 은은 금의 대안이 아니라 AI 인프라의 핵심 자원이라는 관점에서 재평가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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