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에는 ‘돈로 독트린’ 공식화, 베네수엘라 석유 시장 장악, 지지율 반전 승부수 등 다각적인 포석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먼로 독트린’에 트럼프 대통령의 해석을 더한 '돈로 독트린'을 전 세계에 행동으로 보였다는 의미가 있다. ‘먼로 독트린’은 유럽 대륙에 대한 미국의 불간섭,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서의 미국의 리더십 확립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은 어떤 것에도 집중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 “미국의 핵심 국가 안보 이익이 우리의 초점이 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또 먼로 독트린 발표 202주년인 지난해 12월 2일에는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확장한 ‘트럼프 코롤러리(Corollary)’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수년간 베네수엘라 석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중남미 일대에 ‘일대일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가 하면 러시아도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앞마당’ 사수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 확대로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불법 이민자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콜롬비아·쿠바 등이 다음 차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멕시코를 통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마약 카르텔이 나라를 장악하고 있다”며 “셰인바움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지만 멕시코에 무엇인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에 각을 세워온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에도 “그는 코카인을 제조해 미국으로 밀반입하고 있다”며 “그는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쿠바를 향해서도 “쿠바는 현재 실패한 국가이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논의해야 될 주제가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 중 하나다. 베네수엘라에는 현재 약 303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며 매장량만 놓고 보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다. 다만 마두로 정권이 각종 제재를 받아 현재 산유량 순위는 세계 21위에 그치고 있다. 풍부한 석유를 보유한 베네수엘라에 엑손모빌·셰브런 등 미국 오일 기업들을 진출시켜 원유를 생산, 미국의 에너지 패권을 더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대형 석유 회사들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며 “석유를 훨씬 큰 규모로 팔게 될 것이고 이 돈으로 (베네수엘라)를 돌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떨어져 인프라 개발 채산성이 악화된 가운데 미 대형 석유 기업들이 얼마나 응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지율 급락에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갤럽이 지난해 12월 1~15일 조사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6%로 취임 초기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트럼프 1기 때의 최저치인 34%와 비슷한 수준이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민주당에 뺏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지지율 반등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군사 행동을 단행해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원의 경우 대통령 탄핵 소추 권한을 갖고 있으며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민주당 주도 하원의 탄핵 공세에 시달린 바 있다. 이 외에 미국의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북한·이란 등에도 중대한 도발을 하지 말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가 계속 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베네수엘라에서 평화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세력이 집권할지 불투명하다.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함대는 현재 위치(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대기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군사적 선택지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필요하다면 훨씬 더 큰 규모의 2차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 핵시설 폭격 때와 달리 베네수엘라에 대해 미국이 ‘개입의 늪’에 빠질 경우 지지층 분열은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대부 격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날 미군의 신속한 작전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일정 기간 통치하겠다고 말하자 공개 지지를 유보했다. 그는 “과거 이라크 전쟁의 실패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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