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8시 30분 정부세종청사 5동 정문 앞. 최저기온 영하 12도에 이르는 강추위 속에 김민석 국무총리와 임기근 기획예산처 차관, 조용범 예산실장 등 주요 간부들이 모여 현판식을 열었다. 이명박 정부 때였던 2008년 출범했던 기획재정부는 이날을 기점으로 18년 만에 다시 재정경제부와 기획처로 쪼개지게 됐다.
현판식을 위해 모인 간부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김 총리는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 기획처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기획처가 단순 예산편성 기관을 넘어 스스로 정책 역량을 입증하라는 고강도 주문으로 해석됐다. 기획처가 다루는 연간 예산은 2008년 기준 약 256조 원에서 올해 약 728조 원으로 2.8배 넘게 뛰었다.
장관이 공석인 상황에서 당분간 조직을 이끌게 된 임 차관의 목소리에는 비장함이 묻어나왔다. 그는 “초혁신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는 되는 방안을 고민하고 궁리하는 조직이 되자”고 강조했다. 과거 기재부 예산실 시절의 보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전략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미다.
1시간 30분 뒤인 오전 10시. 세종청사 중앙동 대강당에서는 재경부의 출범식이 열렸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임광현 국세청장,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을 비롯해 이명구 관세청장, 백승보 조달청장,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 박일영 한국투자공사 사장 등이 참석해 재경부 출범을 축하했다.
구 경제부총리는 “지금 우리 앞에는 잠재성장률 반등, 경제 대도약의 원년이라는 쉽지는 않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며 “무엇보다 정책 성과로 재조명되는 재경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경부는 △거시경제·민생의 안정적 관리 △경제정책 합리적 조정 △효율적이고 공평한 세제 운영 △전략적 금융·대외 협력 강화 △적극적 국고 관리 △공공기관 혁신 등 6대 핵심 정책 방향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출범식은 화려했지만 세종 관가 내부에서는 재경부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예산권을 내주면서 과거 ‘부처 위의 부처’로 불렸던 위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이 외환 딜러들을 전화로 호통쳐가며 환율을 잡았지만 이제는 부총리의 말도 안 먹히는 상황이 됐다”며 “환율과 같은 리스크 관리나 부처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한 과제들을 이제 어느 부처에서 총괄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재경부와 기획처로 갈라선 관료들 사이에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008년 기재부 출범 때만 해도 서로 출신이 다른 관료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18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경제정책과 예산이 분리된 새로운 업무 방식에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간부들의 우려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서기관급 이하 직원들은 대부분 기재부 출범 이후 입직한 세대라 업무 변화를 체감하고 변화하는 데 적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청사 중앙동에 자리를 잡은 재경부와 5동을 사용하게 된 기획처 사이의 물리적 거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두 부처를 도보로 이동하면 빠른 걸음으로도 10분 이상이 소요된다.
장관 후보자가 ‘갑질’ 논란에 휩싸인 기획처는 특히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아 있다. 최근 여당 내부에서까지 ‘불가론’이 나오면서 청문회를 준비해야 하는 직원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는 상태다.
기획처의 한 관계자는 “조직 출범 초기라 업무 체계가 잡히지 않은 가운데 청문회 준비까지 겹쳐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재경부와 기획처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경우 정책 결정 속도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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