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단체가 31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미래 부족한 의사 수' 추계 결과에 대해 "의사 노동량, 생산성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논의 없이 시간에 쫓겨 검토가 충분치 않은 결과가 발표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 가지 방법으로만 검증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검증한 점은 합리적"이라면서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검증 방법은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중요 요소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서두르는 것은 미래 의료체계를 결정할 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 이용량이 현재와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는 가정 역시 인구 경제학적으로나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 불가능하다고 문제 삼았다. 의협은 추계 결과를 도출한 근거와 자료 등을 확인한 뒤 자체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추계위는 전날(30일) 2040년에 부족한 의사수가 최대 약 1만1000명 수준일 것이라는 추계 결과를 내놨다. 추계위는 의사인력 추계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내년 초 진행될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2차 회의에 제출할 계획이다. 보정심은 의사인력 수급 추계 결과를 토대로 의대 정원 정책의 방향과 타당성을 심의하는 법정 최고 협의기구로, 추계위의 보고서를 참고해 다음달부터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얼마나 늘릴지 집중저으로 논의하게 된다.
의협은 "변수를 조금만 달리해도 예상값이 2배 차이가 날 만큼 의사 수급 예측은 어렵다"며 "이번 추계 결과를 바로 최종 결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심도있는 논의를 위한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정심은 이번 추계 결과를 놓고 단순히 추인 여부만 논의해서는 안 된다"며 "대한의사협회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인식하면서 검증 과정을 거친 다양한 결과들을 놓고 실질적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이번 추계 결과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치적 논쟁점을 검증하는 데 급급해 의과대학 교육 여건과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도출됐다"며 "의사 수급 정책은 '몇 명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만 결정되어선 안 되며, 의대 교수들과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추계위 최종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납득할 만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단식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낸 신년사에서는 의대 신설 논의를 비롯해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 불합리한 관리급여 지정, 수급 불안정 의약품 문제,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시도 등을 일컬어 "의료 정상화를 향해 가야 할 길이 먼 와중에 오히려 역행하는 잘못된 정책·제도가 '제2의 의료사태'를 우려하게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추계위 논의 과정에서 의사 부족 규모가 최대 3만 명대까지 언급됐음을 감안하면 크게 줄었지만,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던 의대 증원이 재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2의 의정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의협 집행부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총 15명의 추계위 위원 가운데 의협 등 의료계 추천 인사가 8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환자·시민 단체 등 추천위원 4명, 학회·연구기관 추천위원 3명으로 구성된다.
대한병원의사협회 사무국은 이날 성명에서 추계위의 추계 결과를 "황당하다"고 평가하면서 "의협이 추계위에 임상 의료 현실을 잘 알지 못하는 예방·보건 전공 교수들을 추천하는 등 무능과 안일함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의협의 행태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명분을 확보하는 데 협조한 것"이라며 "의협은 사죄하고 보정심에서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직을 걸어서라도 노력해야 하고, 최종 의대정원 증원이 결정된다면 의협 집행부는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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