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역대급 서버 해킹 사고에 대한 과실을 인정하고, 전 고객을 대상으로 계약 해지 시 위약금 면제를 시행한다. 아울러 데이터 제공 등을 포함한 총 4500억 원 규모의 고객 보상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다만 실제로 이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통신비 할인 관련 내용은 보상안에서 제외됐다.
KT는 30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객 보답 프로그램’과 ‘KT 정보보안 혁신’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 민관합동조사단은 “KT가 해킹 방지를 소홀히 해 이용자에게 안전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위약금 면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조사단이 KT 서버 3만3000대를 6차례에 걸쳐 점검한 결과, 서버 94대에서 BPF도어(BPFDoor), 루트킷, 디도스(DDoS) 공격형 코드 등 총 103종의 악성코드가 발견됐다. 이에 정부는 법률 기관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를 종합해 KT에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KT는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 해지를 원하는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위약금 면제를 시행한다. 위약금 면제 신청 기간은 이달 31일부터 내년 1월 13일까지 2주간이다. 올해 9월 1일부터 12월 30일 사이 이미 계약을 해지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된다. 다만 9월 1일 이후 신규 가입자, 기기 변경·재약정 고객, 알뜰폰(MVNO), 사물인터넷(IoT), 직권 해지 고객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위약금 면제는 환급 신청 방식으로 운영되며, 환급은 해지일과 신청일에 따라 내년 1월 22일, 2월 5일, 2월 19일 등으로 나뉘어 순차 지급된다.
이와 함께 KT는 위약금 면제 종료일인 내년 1월 13일 기준으로 서비스를 이용 중인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보답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통신 이용 부담 완화를 위해 6개월간 매달 100GB의 데이터를 자동 제공하며, 이용정지·IoT·선불폰은 제외된다. 해외 이용 고객을 위해 로밍 데이터는 50% 추가 제공하고, 현재 운영 중인 로밍 관련 혜택도 6개월 연장해 내년 8월까지 운영한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OTT 서비스 2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6개월 이용권을 제공할 예정으로, 대상 서비스 등 세부 내용은 추후 공개된다. KT 측은 “이들 프로그램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4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SK텔레콤과 달리 통신비 할인은 제공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침해 사고 보상안을 발표하면서 알뜰폰 가입자를 포함한 약 2400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통신요금을 50% 할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KT는 “2만2000명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됐고, 이에 대해 보상을 시행한 바 있어 SK텔레콤과 정보 유출의 범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KT는 중장기적으로 정보보안 투자를 단행한다. KT는 지난 7월 “향후 5년 간 1조 원 규모의 정보보안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KT는 “기존 투자는 보안 솔루션, 시스템 강화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체 보안 거버넌스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1조 원에 더해 추가적인 투자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이번 사안으로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 드린다”며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보다 안전하고 신뢰 받는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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