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출생아 수가 정부가 설정한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마저 밑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인구 위기 경보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지만 감소 속도는 오히려 예상보다 빨라지는 양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일본 인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올해 1~10월 출생아 수 잠정 통계를 기준으로 2025년 일본인 출생아 수가 67만 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일본에서 출생 통계가 시작된 18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일본 정부가 설정한 가장 비관적인 ‘저위 시나리오’조차 2025년 출생아 수를 68만 1000명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감소 속도는 이를 이미 앞지르고 있다. 와세다대의 야마우치 마사카즈 인구학과 교수는 2025년 출생아 수가 2024년(68만 6000명)보다 약 3% 감소해 10년 연속 사상 최저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출생아 감소는 정부의 공식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인구 전망을 담당하는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23년 발표한 중위 시나리오에서 2025년 출생아 수를 74만 9000명으로 추산했고 출생아 수가 67만 명 이하로 떨어지는 시점은 2041년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 전망보다 무려 16년 앞서 악화되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직면한 최대 국정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인구전략본부’를 출범시키며 저출산 문제를 “국가 최대의 문제”로 규정했다. 일본 정부는 2024년부터 3년간 약 230억 달러(한화 약 33조 원)를 투입해 출산율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혼외 출산이 드문 일본 사회 구조상 출생아 수는 혼인 건수와 밀접하게 연동되는데 연간 혼인 건수는 50만 건 아래로 떨어져 1972년 정점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 수 증가까지 겹치며 일본 인구는 2024년 한 해에만 9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일본은 경제 성장을 유지해야 하는 동시에 이민 확대에 대한 사회적 반발을 관리해야 하는 이중의 압박에 놓여 있다. 최근 선거에서 이민에 회의적인 성향의 포퓰리즘 정당들이 약진한 점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보여준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유엔은 일본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 인구 비중은 이미 30%에 육박하며 생산 가능 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양비는 상승하고 연금과 의료를 포함한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FT는 일본의 사례가 고비용·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에도 중요한 경고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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