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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뷰] 아세안의 기후 변화, 새로운 동반 성장 기회

■구본경 KOTRA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

홍수·지반침하로 인프라 수요 급증

전력·배수 등 노후 SOC 복원 주목

기술·금융·운영 '패키지'로 접근을

구본경 KOTRA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




2025년을 돌아보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전역에서 대규모 홍수 피해 소식이 유난히 잦았다. 세계위험보고서에서 필리핀이 1위를 차지했고 인도네시아·미얀마·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이 상위 위험군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아세안의 최대 리스크로 실업과 경기 침체, 미중 갈등 격화가 아닌 극단적 기상이변이 꼽혔다는 사실이다.

기후 문제는 환경을 넘어 사회·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부상했다. 아세안의 주요 도시는 지반이 연약해 해수면 상승보다 지반 침하가 더 빨리 진행되는 곳이 많다.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물 사용은 급증했지만 하수·수처리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필자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일하며 체감하는 변화도 크다. 과거 중부 지역에 집중되던 태풍이 최근에는 북부까지 자주 올라온다. 저지대는 순식간에 물이 허벅지까지 차오르고 비가 그쳐도 며칠씩 배수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기후변화 탓만 하기에는 낙후된 도시 인프라의 한계가 더 커 보인다.

아세안은 지금 기후 리스크가 경제 리스크로 전이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침수와 정전, 교통 마비는 물류 차질과 산업 생산 감소로 직결된다. 기업 활동 전반의 위협 요소로 부각되면서 도로·전력·배수·방재를 통합한 스마트 사회간접자본(SOC)과 기후복원력 기반의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 국제기구도 관련 투자를 확대하면서 우리 기업이 설계·시공·정보통신기술(ICT)·운영·프로젝트파이낸싱까지 결합해 진출할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다.



해법은 분명하다. 상수도·수처리 강화로 지하수 의존을 낮추고 배수·저류 시설 확충으로 집중호우 피해를 줄여야 한다. 지반 안정화와 지하 구조물 보강, 도시 물순환 인프라 확대 역시 핵심 과제다. 우리 기업의 협력 분야로는 기후복원형 SOC 설계 가이드라인으로 위험 지역을 센서와 대시보드로 모니터링하고 노후 SOC를 진단해 복원력을 높이는 서비스가 꼽힌다. 이와 함께 이동식 배수와 응급 장비 같은 소형 재난 대응 제품도 공급할 수 있다. 아울러 스마트시티와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전력·배수 안전을 통합 관리하는 SOC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

재난 모니터링, 예측, 통합 관제 솔루션 제공도 주목할 만하다. 재난 시 병원·급수·전력 패키지를 이동식으로 공급하는 모델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필리핀은 이미 수십억 달러 규모의 홍수 대비와 지반 안정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재원이 부족한 캄보디아와 라오스도 국제기구 자금을 활용한 복원력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세안의 SOC 프로젝트는 대부분 자금 부족 문제로 국가 재정으로만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민관 협력 사업이나 개발금융·수출금융을 결합한 구조를 원하고 있다. 국제기구들이 기후·전력·SOC 프로젝트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는 데다 브릭스 국가들의 신개발은행까지 뛰어들면서 개발금융 시장 자체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과 금융·운영을 결합해 제안할 수 있다면 참여 가능성은 높아진다. 초기부터 사업 구상, 재원 조달, 운영 모델을 패키지로 설계하고 국제기구 또는 수출금융과 연계하며 현지 정부나 공기업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아세안과의 경제·문화 교류가 깊어지는 지금, 기후변화를 함께 극복하는 협력이 새로운 동반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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