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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젠더 갭 줄이기 위해 해야 할 일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韓기업 여성 관리직 비중 17% 그쳐

동등한 승진 기회로 의욕 높여주고

육아부담 줄일 공공보육 확대 절실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유리천장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부자 나라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은 계속 꼴찌를 차지하다 올해 발표에서는 28위로 한 계단 올랐다. 한국·일본·튀르키예와 예상 밖의 스위스를 포함한 4개국은 항상 바닥권이다. 반면 스웨덴·아이슬란드·핀란드·노르웨이 북유럽 4개국은 계속 상위권으로 여성이 일하기 제일 좋은 나라들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출간하는 ‘글로벌 젠더 갭’ 2025년 보고서는 한국의 순위를 조사 대상 148개국 가운데 101위로 매겼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젠더 갭 측면에서는 후진국인 셈이다. 이 보고서는 경제적 참여와 기회, 정치적 대표성, 교육적 성취, 건강 및 수명 등 4가지 차원에서 남성 대비 여성의 동등성을 측정하기 때문에 100%는 남녀 간 완전 대등을 의미한다. 세계 평균을 보면 건강과 교육 측면에서는 젠더 갭이 사라진 반면 남성 대비 여성의 경제적 참여와 기회는 61%, 정치적 대표성은 23%로 차이가 여전히 크다. 한국의 경우 경제에서는 세계 평균에 가깝고 정치에서는 5%가 낮다.

필자는 강단에 설 때면 여학생들에게 자기 일을 갖는 것이 본인이나 사회적으로나 바람직하다고 가르쳤다. 풀타임 직장을 갖게 된 제자들에게는 자녀가 있든 없든 힘들어도 버티라고 격려해왔다. 그런 필자로서는 한국의 계속되는 젠더 갭 하위권 성적은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무엇을 고쳐야 할까.

한국의 젠더 갭의 핵심이 경제에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안다. 한국 여성은 남성보다 17% 정도 일하지 않으며 여성 근로자의 임금은 남성보다 30%가량 적다. 임금 격차는 여성이 남성보다 파트타임이나 비공식 부문에서 많이 일하고 풀타임의 경우에도 승진 사다리의 하위직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여성 관리직 비중은 17%로 OECD 평균의 절반에 그친다. 1000명 이상 고용 민간기업 임원의 13.4%, 고위직 공무원의 12.9%(4급 이상은 26.3%)만이 여성이다.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보다 약 5%가량 높다. 그럼에도 졸업 후 직장에서 승진 갭은 여전히 큰 셈이다.



그동안 여성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줄이기 위한 제도들이 속속 갖춰져 왔다. 덕분에 경력단절여성 비중이 차츰 낮아져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여성 가운데 경단녀 비중은 23%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서구 선진국과 비교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은 한국 여성에게 아직 도전이다.

특히 잦은 야근으로 한국의 직장은 긴 노동시간을 요구하고 맞벌이여도 육아·자녀 교육은 주로 여성의 몫이다. 30대 중후반에 주로 시작되는 경력단절은 10~15년 후 노동시장 재진입 시 여성에게 불리하다. 재취업도 어렵고 임금도 크게 낮아져 남녀 임금 격차의 원인이 된다. 모성 패널티를 줄여 아이를 키우면서도 직장을 떠나지 않게 하려면 지지부진한 공공보육 확대가 절실하다.

증가 일로에 있는 20~30대 비혼 여성에게는 근로 동기 부여 차원에서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 이들은 가족 부양의 의무도 상대적으로 적어 이직률이 높다. 그런데 고임금과 커리어 빌드업을 위한 이직보다는 저임금과 승진 배제로 회사를 떠난다. 다음 번 회사가 더 좋은 조건이 아님에도 그렇다. 여전히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인 기업 문화는 여성의 근로 의욕을 꺾는다. 따라서 인적 자본 수준이 비슷하다면 여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승진시켜야 한다. 의사 결정의 큰 몫을 갖고 있는 남성 리더들의 인식 전환과 아울러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여성 리더들의 적극적인 멘토링이 필요하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려면 성별 격차는 극복돼야 한다. 젠더 갭을 여성 선택의 결과로 보는 인식은 오류다. 불평등하게 구조화된 여건 속의 선택은 진정 자유로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정을 갖는 것보다 일이 우선시되는 시대다. 여성의 근로 환경이 편해져야 혼인율과 출산율이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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