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주 스타트업 이노스페이스의 첫 상업 발사 시도가 아쉽게도 실패로 끝났다. 이노스페이스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23일 오전 10시 13분 자체 개발한 소형 발사체 ‘한빛-나노’를 발사했으나 비행 약 30초 만에 이상 현상이 발생해 발사체를 지상 안전구역으로 낙하시켰다.
첫 상업 발사를 기다려온 시장과 업계의 아쉬움은 크지만 발사체의 초도 발사 실패가 결코 낯선 일은 아니다. 세계 최대 민간 발사체 기업이 스페이스X 역시 첫 발사체인 ‘팰컨1’에서 세 차례 실패를 겪은 후 네 번째 도전에서야 성공 경험을 쌓았다. 소형 발사체 스타트업 아스트라(Astra)와 로켓랩 등 상업 발사 시장을 주도하는 다수의 기업들도 발사 실패의 경험을 발판 삼아 기술을 축적하고, 성장해 왔다.
현재 지구 관측, 통신, 과학 임무 등을 위한 소형 위성 수요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소형 위성의 평균 수명이 5년 안팎에 불과해 정기적인 재발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소형 위성 발사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위성 발사 서비스를 상업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 10여 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대형 발사체의 경우 발사장 예약에만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이노스페이스는 국내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한 민간 발사체 제작 기업 중 한 곳이지만, 이미 브라질 알칸타라 발사장을 비롯해 호주 등 복수의 발사 거점을 확보하며 차별화 전략을 추진해 왔다. 특정 발사장에 의존하지 않고 고객 요구에 따라 발사 기회를 유연하게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발사 거점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 상업 발사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신뢰’다. 상업 발사 성공을 통한 레퍼런스 확보가 고객사의 선택을 좌우한다. 이노스페이스의 재도전이 서둘러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발사는 반복을 통해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산업이다. 성공률이 높아질수록 고객 신뢰는 자연스럽게 쌓인다. 이는 다시 발사 기회 확대로 이어진다.
이노스페이스는 이번 임무를 위해 동일한 ‘한빛-나노’ 2기를 브라질 발사장에 반입했다. 비행 데이터 분석을 통해 원인 규명이 마무리되면 재발사에 곧바로 나설 수 있는 구조다. 이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륙 자체는 성공적으로 이뤄진 만큼 비행 단계에서 발생한 문제를 보완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미 정부의 단(段) 인증 시험 등 필수 절차는 대부분 마친 상태여서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면 재도전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도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한국은 75%의 성공 확률을 기록한 누리호 발사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안재명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민간 기업이 한 번의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도록 우주 당국이 성공 경험과 기술적 노하우를 민간에 적극 전파하고, 발사장 확보 등 실질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노스페이스의 첫 실패가 좌절에 머무르지 않고, ‘뉴스페이스’ 시대 진입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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