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해약 환급금 준비금 제도하에서는 배당으로 보험사의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도 기본 자본비율 수치가 더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약 환급금 준비금은 시가 평가 보험 부채가 해약 환급금보다 부족할 경우 이를 적립하는 준비금을 말한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현행 제도에서는 이익잉여금이 상대적으로 많은 회사가 기본 자본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측면에서 유리하다. 반면 설립 초기 기업이나 납입 자본금 중심으로 성장한 회사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기본 자본 킥스란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의 보완 자본을 뺀 것으로 보험사의 기초적인 자본 건전성을 보여준다.
이는 해약 환급금 준비금 적립액이 이익잉여금 한도 내에서만 기본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똑같이 총자본을 1000억 원씩 적립한 보험사 A사와 B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사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을 각각 700억 원과 300억 원씩 보유하고 있다. B사는 자본금이 1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이익잉여금이 900억 원이나 된다.
이때 두 회사가 인식할 수 있는 해약 환급금 준비금이 똑같이 500억 원이라고 할 경우 기본 자본으로 인정되는 몫은 회사별로 다르다. A사는 이익잉여금 총액인 300억 원까지 기본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B사는 500억 원을 모두 해약 환급금 준비금으로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이익잉여금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재원으로 쓰인다는 점이다. 자본금을 비롯한 다른 회계상 자본 항목은 주주 환원 목적으로 회사 밖으로 빼서 쓸 수 없다. 잠재적으로 배당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은 재원(이익잉여금)이 전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본 자본은 더 늘어나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완 자본까지 함께 고려한 자본 건전성이 좋을수록 기본 자본 킥스 비율 측면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금융 당국이 킥스 비율을 170% 초과한 보험사의 해약 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을 100%에서 80%로 내렸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 일각에서는 배당 여력 확보 측면에서 해약 환급금 준비금 적립 비율을 추가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그러나 기본 자본 킥스 비율 규제까지 고려하면 적립 비율 조정만으로 논의가 끝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내년 1월께 기본 자본 킥스를 토대로 하는 건전성 규제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 자본 킥스 산식에서 어떤 자본을 기본 자본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조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보험사에 과도한 부담이 생기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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