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현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해 미국 의약품 관세 리스크를 벗어나게 됐다. 설립 후 미국에 확보한 첫 생산거점이다. 이에 따라 의약품에 부과되는 15% 관세 리스크 해소는 물론 중국 바이오기업을 견제하는 국방수권법안(NDAA) 통과에 따른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GSK와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2억 8000만 달러(약 4147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인수 주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로 내년 1분기에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락빌 생산시설은 총 6만 리터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공장으로 2개 제조동으로 구성돼 있다. 임상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다양한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설비와 인프라를 갖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세계 최대인 총 84만 5000리터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지 시설에서 생산 중인 기존 바이오의약품 생산 계약과 500명여 명의 인력도 그대로 승계한다. 회사 측은 이날 유럽 소재 제약사와 1조 2230억 원 규모로 3건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는데 이 물량은 락빌 공장을 인수함에 따라 승계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기간은 2030년 말까지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수주 금액은 총 6조 8190억 원으로 지난해 5조 4035억 원 대비 26.1% 증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확보함에 따라 관세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NDAA 발효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바이오 기업·기관들과 중국 ‘우려 기업’ 간 거래가 제한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현지공장 확보 흐름에 대해 “관세에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물보안법 이슈 모두 돌파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GSK의 미국 공장 인수는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결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관세발표 이후 셀트리온이 현지 공장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적의 입지에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매물을 신중하게 골라왔다. 림 대표는 "이번 인수는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발전과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회사의 전략적 결정"이라며 "연방·주·지방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고객 지원과 바이오의약품 공급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 현지 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락빌 시설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추가 투자 등을 통해 한국 송도와 미국 락빌을 연결하는 이원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고객에 유연하고 안정적인 생산 옵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장기 수요와 가동 상황을 고려해 생산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공장이 추가 수주를 하게 되면 신규 건에 대한 기술이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등 1~2년 정도 소요되는 만큼 승계 물량의 계약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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