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투자 열풍 속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운용 현장에서는 업무 과중에 따른 관리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형 성장 속도에 비해 운용 인력 확충이 뒤처지며 올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예탁결제원 공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ETF 순자산 상위 10곳의 임직원 수는 3135명으로 2021년 말 2753명 대비 382명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 운용사가 운용하는 ETF 수는 947개로 2021년 말 512개 대비 435개 증가했다. ETF 상품 수가 운용사 직원 수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이달 19일 기준 국내 ETF 상품 수는 969개로 추가 증가했다.
업계는 실제 운용 현장의 부담은 더 크다고 호소한다. 임직원 수에는 ETF 운용 인력뿐 아니라 공모펀드와 대체투자 조직 인원, 마케팅·영업, 신사업 준비 인력까지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ETF 운용·관리 인력 증가 폭은 공시된 내용 보다 훨씬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ETF는 사전 설계된 지수 방법론을 따르는 구조여서 공모펀드 대비 상대적으로 운용 부담이 적은 상품으로 인식돼 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동일 인력으로 더 많은 상품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다만 현장에서는 상품 수 증가와 구조 복잡화가 맞물리며 체감 업무 강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ETF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사고 발생이 잇따르고 있지만 대응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4월에는 다수 자산운용사가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iNAV)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제때 인지하지 못해 100개가 넘는 ETF에서 괴리율이 확대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배당금과 채권 가격 정보를 펀드 사무관리사로부터 전달받은 수치를 별도 검증 없이 활용해온 사실이 드러나며 자체 검증 체계 부재와 관리 인력 부족 문제가 동시에 노출됐다.
시장 충격을 키운 사례도 있었다. 최근 삼성자산운용은 기초지수 정기 변경일과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이 겹친 날 삼성화재를 종가 동시호가에서 대규모로 매수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편입했다. 이후 주가가 제자리를 찾으면서 해당 ETF를 보유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손실 논란이 불거졌다. 규정 위반까지는 아니지만 인력이 충분했다면 보다 세심한 매매 관리가 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여의도에서는 ETF 운용 업무를 기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TF 본부장에서 유동성공급자(LP) 업무로 직을 옮긴 노아름 전 KB자산운용 ETF 본부장이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형 운용사의 ETF 조직을 이끌던 핵심 인력이 운용 현장을 떠났다는 점을 단순한 개인 선택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무량 증가는 물론 운용사 간 경쟁 격화까지 맞물리며 ETF 운용역의 업무 스트레스가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아예 ETF 운용 현장을 떠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지금처럼 인력 충원에 비해 상품 수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를 경우 중장기적인 산업 안정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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