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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지휘자 없는 출연연

◆서지혜 테크성장부 차장

출연연 기관장 인사 장기 공백

예산 처리 및 임무 수행에 차질 우려





정부가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평가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지금까지 출연연 연구자들은 약 1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실적 보고서를 제출해 연구 성과를 증빙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를 최대 30쪽 이내로 줄여 행정 부담을 대폭 완화하겠다는 구상이 담겼다. 최우수 기관 상위 1% 연구자에게는 1억 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개인 연구 과제의 연구 기간 역시 기존 1~3년에서 3~5년으로 늘려 연구자들이 보다 긴 호흡으로 안정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 연구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보고서용 연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다만 이런 변화가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출연연 예산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편성했지만 투입된 재원이 제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책임성 역시 강화될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 분야에 자원을 몰아주고 그에 걸맞은 성과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보다 엄정한 검증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중요한 변화를 현장에서 총괄하고 방향을 잡아줄 ‘지휘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출연연을 관할하는 주요 연구기관 상당수가 기관장 공백 상태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상협 녹색기술연구소장, 주한규 원자력연구원장, 방승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의 임기는 이미 이달로 종료됐지만 후임 공모 절차는 감감무소식이다.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 원장과 이영국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역시 내년 초 임기가 끝나지만 통상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공모 일정조차 공유되지 않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경우 노도영 전 원장이 5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1년 이상 자리를 지켰지만 결국 최근 퇴임 이후 원소속기관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처럼 기관장이 공석이 되면 연구 방향 설정은 물론 중장기 투자 결정, 대외 협력, 인력 운용까지 차질이 불가피하다. 첨단 기초과학 분야의 중추 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안고 있는 IBS는 해외 지사 설립, 해외 연구팀 패키지 유치 등 굵직한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조직을 대표해 책임 있게 결단할 리더십은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기관장 선임은 공공기관 운영법, 이사회 구성, 정권 교체 이후의 인사 기조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결정된다. 과기계에서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김영식 이사장이 이끄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현 정부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누구도 먼저 나서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더 이상 시기를 미룰 수는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고위 관계자 인선은 이미 마무리됐고,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의 취임 이후 첫 과학기술 관계장관회의도 끝났다. 제도 개편과 예산 확대라는 악보는 이미 책상 위에 올라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실제 연주로 옮길 지휘자다.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가 결코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없듯 출연연 개혁 역시 리더십 공백 속에서는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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