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인공지능(AI) 영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카카오가 AI 에이전트에 특화된 추론 모델을 처음으로 선보인 가운데 네이버는 텍스트·이미지 등을 한 번에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옴니모달 막바지 개발에 나섰다. 두 기업 모두 내년 중 본격적인 기업과소비자간거래(B2C)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어서 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에이전트 특화” 첫 추론 모델 꺼낸 카카오
카카오는 전일 자체 개발한 차세대 언어모델 ‘카나나-2(Kanana-2)’를 허깅페이스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번에 선보인 ‘카나나-2’ 모델은 총 3종으로, 기본 모델인 △베이스 △사후 학습을 통해 지시 이행 능력을 높인 인스트럭트 그리고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추론 특화 모델로 구성됐다. 카카오는 특히 개발자들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자유롭게 모델을 파인튜닝할 수 있도록 학습 단계의 웨이트(학습된 매개변수 값)를 모두 공개했다.
특히 카카오가 추론 모델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5월 카나나 1.5 언어모델의 중형과 경량 버전을 공개했고 그 이후 7월 멀티모달 모델과 MOE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며 “하반기에는 추론모델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추론 모델을 공개한 까닭은 최근 들어 속도를 내고 있는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실제 행동까지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는 추론 모델은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이번 공개한 카나나-2 역시 에이전틱 AI 구현의 핵심인 도구 호출 기능과 사용자 지시 이행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는 오랜 시간 카카오톡을 통한 대화 기반 서비스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만큼 AI가 실제 이용자의 의도와 맥락까지 이해해야 하는 AI 에이전트 서비스에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정 대표는 “에이전트에 특화된 모델 라인업에 카카오톡이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메시징 프로토콜 역량을 더하려고 한다”며 “에이전트가 활성화된 AI 생태계에서 카카오톡보다 강력한 플랫폼은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카카오는 카나나-2 개발에 그치지 않고 더 복잡한 AI 에이전트 시나리오에 특화된 모델 개발과, 온 디바이스 경량화 모델의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김병학 카카오 카나나 성과리더는 “혁신적인 기술과 기능을 갖춘 AI 서비스의 근간은 기반이 되는 언어모델의 성능과 효율”이라며 “높은 성능에 초점을 둔 모델을 넘어 실제 AI 서비스에 적용되어 빠르고 효과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실용성을 갖춘 AI 모델을 개발하고, 꾸준히 오픈소스로 공유하며 국내외 AI 연구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옴니모달 개발 임박…"소버린 AI 주도"
네이버는 '옴니모달' 모델 개발을 사실상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신규 생성형 AI 모델인 옴니모달을 공개할 예정이다. 옴니모달은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을 처음부터 한꺼번에 이해하고 생성해 내는 AI로, 기존 ‘멀티모달’보다 확장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옴니모달을 적용하면 처음부터 글, 이미지, 음성을 한꺼번에 학습해 주어진 정보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추론하는 것은 물론 상황과 맥락, 환경까지 종합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서로 다른 모달리티, 즉 사용자가 텍스트나 이미지 무엇으로 질문하더라도 종합적인 결과를 출력할 수 있어 ‘일반인공지능(AGI)’으로 향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대규모·중량화가 아닌 경량화 규모의 옴니모달 모델을 먼저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케일업이 용이한 옴니모델의 특징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모델을 안정적으로 개발한 뒤 이를 토대로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를 투입해 모델 규모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네이버는 옴니모달 모델을 통해 주력하고 있는 소버린(주권) AI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만의 안정적인 개발 방법론을 확보하는 것부터 출발해 향후 서비스·산업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크기의 자체 옴니모달 모델을 빠르게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특히 올해 상반기 이해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면서 AI에 강력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네이버 또한 AI 에이전트 서비스에 속도를 내면서 내년 1분기 쇼핑 에이전트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탑재할 예정이다. 이어 2분기에는 통합 검색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진화한 ‘AI 탭’을 선보인다.
특히 네이버는 무엇보다 한국 특화 AI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한화·현대차·HD현대·LS일렉트릭·롯데·대동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버티컬 AI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과 협업해 의료 특화 LLM인 ‘Kmed.ai’를 내놓기도 했다. 구글이 접근하기 어려운 한국 산업 특화 AI 경쟁력을 강화해 AI 영토 전쟁에서도 승리하겠다는 전략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oj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