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에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및 재생원료 기업 오성아이케이는 대표의 고령화와 투자 여력 부족으로 향후 사업 지속성에 대한 고민이 컸다. 2차 전지 재활용 분야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이삭화유리사이클은 지난 5월 기술보증기금의 ‘기술혁신형 M&A 특례보증’을 활용해 오성아이케이 지분 100%를 약 60억 원에 인수했다. M&A가 성사되면서 오성아이케이 대표는 평생 일군 회사를 적정 가치에 매각해 안정적으로 은퇴할 수 있게 됐다. 이삭화유리사이클은 오성아이케이의 기존 설비와 인력을 기반으로 급성장 중인 폐배터리 글로벌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기보의 민관 협력 M&A 플랫폼이 CEO의 고령화 등 중소벤처기업의 경영 리스크 대응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신성장 동력 확보와 안정적인 기업승계를 위해 M&A는 필수적이지만 정보 비대칭성과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큰 장벽이었다. 신뢰성 높은 공공 기관인 기보가 직접 중개를 넘어 시장 수요 발굴, M&A 자금 지원, 기술보호 등 민간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역할을 맡으면서 중소기업의 M&A가 활성화되는 모양새다.
기보는 올해 11월 기준 M&A 보증 지원 금액이 310억 원으로 지난해 33억 원 대비 836.36% 급증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올해 3월 온오프라인 민관협력 M&A플랫폼이 출범하면서 M&A보증지원이 본격화한 데 따른 결과다. 기존에는 별도의 전담센터 없이 기술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소액, 소수로 지원이 진행됐다.
민관협력 중소·벤처기업 M&A플랫폼은 기보와 민간이 협업을 통해 종소기업 M&A 수요발굴부터 자문, 중개, 금융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기보의 온·오프라인 중개 지원 플랫폼이다. 사업은 매도희망기업과 매수희망기업을 이어주는 ‘M&A 거래정보망’ 운영과 M&A를 추진 중인 매수 희망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자금을 지원하는 M&A 보증 상품을 운영한다.
주요 상품은 △우수기술 기업의 인수합병 자금을 지원하는 ‘기술혁신형 M&A 특례보증’ △ 기업 구조조정 및 부실기업의 정상화를 지원하는 ‘기업인수보증’ △ 대표자의 고령화에 따른 기업승계 수요를 반영한 ‘기업승계형 M&A 특례보증’ 등이다.
M&A플랫폼은 오성아이케이 사례처럼 심화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는 기업승계형 M&A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M&A 활성화가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지역 경제 차원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후계자 부재로 폐업을 택할 경우 그동안 축적된 기술과 인력, 거래처가 한순간에 시장 밖으로 사라지는 이른바 ‘기술 사장(死藏)’이 현실화될 수 있다.
실제 기보는 올해 M&A 지원 보증 금액의 상당수는 기업승계형 M&A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축적된 기술·지식재산을 보유한 혁신 벤처·스타트업이 M&A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벤처투자 회수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바이오스타트업 디메디코리아와 중견 제약사 안국약품이 대표 사례다. 양사는 기보의 온라인 M&A 플랫폼을 통해 서로를 잠재적 파트너로 인식했다. 안국약품은 3월 기보에 '신성장 동력이 될만한 기업 인수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디메디코리아는 H&B(헬스케어·뷰티) 제품 제조 등에 대한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경영관리시스템은 갖추지 못해 성장에 제약이 있었다. 기보의 민간 M&A중개기관(‘M&A 파트너스’)을 통해 양사는 M&A전반에 대한 자문과 협상을 진행했다. 안국약품은 마침내 지난 11월 디메디코리아를 인수했다. 안국약품은 헬스테크·H&B 영역에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디메디코리아는 안국의 전국 영업 네트워크와 브랜드 신뢰도를 기반으로 신규 유통 채널을 확대하며 성장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기보는 올해 민관협력 M&A플랫폼의 성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기업승계형 M&A 활성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시범사업은 고령 대표자 기업을 체계적으로 발굴·진단하고, M&A를 통한 제3자 승계 가능성을 컨설팅·중개·보증으로 묶어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기보 관계자는 “대표자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이를 단순한 ‘폐업 위험’이 아니라 ‘M&A를 통한 세대교체와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정책 금융기관의 역할”이라며 “민관협력 M&A플랫폼과 내년 기업승계형 M&A 시범사업을 통해 대표자에게는 안전한 연착륙을, 인수자와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성장·회수 기회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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