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웃은 기다리는 게임이 아닙니다. 인수하자마자 답이 나와야 합니다.”
유현갑 케이스톤파트너스 대표는 바이아웃을 설명할 때 ‘시간’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그는 17일 “좋은 회사라도 멈춰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경쟁력을 잃는다”며 “인수한 순간부터 바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케이스톤 내부에는 ‘트리플A(AAA)’라는 원칙이 있다.
트리플A는 ‘Alignment(이해관계 조정)’ ‘Assimilation(인수 후 통합)’ ‘Achievement(성과 창출)’를 가리킨다. 유 대표는 “투자자와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먼저 맞추고 인수 후 3개월 안에 PMI(인수 후 통합)를 끝내며 1년 안에 성과를 만든다”며 “제이커브를 기다릴 여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원칙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로 그는 오리온테크놀로지를 꼽았다. 조선·산업용 전기장치 기업인 오리온테크놀로지는 케이스톤이 인수할 당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은 있었지만 산업 전반의 침체로 성장 동력을 잃은 상태였다. 유 대표는 “회사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멈춰 있었다”고 설명했다. 케이스톤은 인수 직후 경영진과 이해관계를 재정비하고 빠르게 PMI를 마무리했다. 이후 영업 구조를 손보며 실적은 빠르게 개선됐고 결국 약 3.7배의 회수 성과로 이어졌다.
유 대표는 “바이아웃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금이 도는 회사를 제대로만 움직이면 숫자는 따라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케이스톤은 최근 5년간 26개 기업에 약 1조 2000억 원을 투자하며 중소기업을 중견기업 단계로 키우는 미드캡 바이아웃에 집중해왔다.
케이스톤은 이 같은 투자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3월까지 7000억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투자 방향에 대해 유 대표는 해외 확장이 가능한 소비재(B2C) 기업을 주요 기회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전할머니맥주’처럼 국내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해외로 확장하는 모델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 가맹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진출 역시 검토 중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인프라 투자도 케이스톤 포트폴리오의 한 축이다. 유 대표는 “펀드는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는 자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테크 기업 투자는 보다 선별적으로 접근한다. 바이아웃은 이익이 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중심으로, 프리IPO 투자는 상장 이후 밸류에이션을 감안해 할인된 가격일 때만 들어간다는 원칙이다.
최근 투자한 퓨리오사AI는 이런 판단 기준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유 대표는 “퓨리오사AI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업으로 이미 제품이 나와 있고 기술 검증이 진행됐다는 점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의 테스트 과정에서 퓨리오사AI의 2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성능과 전력효율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다. 그는 “기술이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된 사례”라고 했다.
또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인 세나테크놀로지 역시 비슷하다. 바이크용 통신기기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인 세나테크놀로지는 이미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유 대표는 “요트, 스키, 산업용 시장 등으로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기술 경쟁력과 사업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회사”라고 평가했다.
그는 운용사의 역할을 ‘기회를 포착하는 조직’이 아니라 ‘기회를 만들어내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딜은 기다린다고 오는 게 아니다”라며 “구조를 고민하고 실행할 준비가 돼 있을 때 기회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이아웃의 가장 큰 매력은 회사를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 변화가 숫자로 증명되는 순간이 가장 보람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산업 전반에 대한 시각은 냉정하다. 조선업에 대해 그는 “액화천연가스(LNG)선 중심으로 중단기 호황은 이어질 수 있지만 인력난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에 대해서는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한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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