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투자자들이 미국 비중을 줄이고 서유럽과 중국으로 투자 시선을 옮기고 있다.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역 분산과 실물·비상장 자산 선호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14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최근 발표한 연례 억만장자 고객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UBS는 매년 억만장자 고객들을 대상으로 향후 12개월과 5년을 기준으로 한 투자 계획과 위험 요인을 조사한다.
조사 결과 향후 12개월간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으로는 서유럽과 중국이 꼽혔다. 응답자의 40%는 서유럽에서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답해 지난해(18%)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 역시 34%가 투자 기회가 있다고 평가해 전년(11%)보다 크게 상승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도 33%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전년 대비 8%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북미 지역에 대한 선호도는 눈에 띄게 하락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북미를 유망 투자처로 꼽았지만, 올해는 63%로 낮아졌다. UBS는 억만장자들이 여전히 미국 시장의 규모와 혁신성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지역에 대한 집중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투자 심리 변화의 핵심 배경으로는 관세 부담이 지목됐다. 응답자의 66%는 향후 12개월간 시장 환경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관세를 꼽았다. 이어 대규모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63%), 정책 불확실성(59%), 인플레이션 재상승(44%)이 주요 리스크로 뒤를 이었다.
UBS의 한 유럽 억만장자 고객은 “북미 시장은 여전히 깊고 혁신적이지만 더 이상 최우선 투자처로 보지 않는다”며 “지리적 집중은 위험을 키우고, 분산 투자가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과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실물자산이 방어력을 제공하며, 현재 사이클에서는 채권보다 주식이 나을 수 있지만 단기 수익보다는 안정성과 회복력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별로 보면 억만장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상장 주식이 아닌 비상장 자산이었다. 향후 12개월간 직접 사모투자(Direct Private Equity)에 자금을 배분할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은 49%로 가장 높았다. 이어 헤지펀드와 선진국 상장 주식이 각각 43%, 신흥국 상장 주식(37%), 사모펀드(35%) 순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억만장자들은 상장 주식보다 사모투자 자산에서 자금을 회수하려는 의향도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UBS는 억만장자들이 단기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는 상장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대표 상품으로 아이셰어즈 MSCI 유로존 ETF(EZU), 아이셰어즈 MSCI 중국 ETF(MCHI), 글로벌엑스 신흥국(중국 제외) ETF(EMM), 뱅가드 FTSE 선진국 ETF(VEA) 등을 제시했다.
다만 중장기 전망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UBS는 향후 5년을 기준으로 한 투자 시각은 대부분 지역에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억만장자들은 단기 변동성에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분산과 안정성을 중심으로 한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aftershock@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