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준비된 사람만이 잡을 수 있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충실히 임해 전문가가 되기를 바랍니다.”
코스맥스(192820)그룹 창립자인 이경수 회장이 15일 모교인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저서 ‘같이 꿈을 꾸고 싶다’ 출간 기념 북 콘서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1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회장과 유홍림 서울대 총장의 대담 형식으로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회장은 행사 내내 K뷰티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전 세계는 K뷰티로 인해 들썩이고 있다”며 “세계 각국에 우리가 깃발만 꽂으면 그 나라에서 1위를 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맥스는 로레알과 시세이도 등 글로벌 화장품 기업 20곳 중 16곳과 거래하고 있다”며 “한국 화장품 회사 중 매출 1000억 원 넘는 곳이 50개가 넘는다는 건 그만큼 산업 자체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힘줘 말했다. 특히 K뷰티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의 경쟁력에 프리미엄 이미지를 더한다면 프랑스를 따라잡는 데는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K뷰티의 경쟁자로 꼽히는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다른 기업들이 거의 철수하는 분위기에서도 코스맥스는 최근 2300억 원을 투자해 상하이에 연구소 건물을 지었다”며 “중국은 역사가 깊고 문화가 뛰어나기에 먹고사는 것만 해결되면 우리의 강력한 경쟁국인 동시에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상하이 공장 봉쇄 상황에서도 현지 직원들이 생산을 지켜낸 사례를 제시하며 “이런 신뢰 관계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중국에서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어려울 때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는 ‘속도’와 ‘연구 경쟁력’을 꼽았다. 그는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대에는 변화를 얼마나 빨리 읽고 대응하느냐가 생존을 가른다”며 “세계 어디에서든 고객이 나타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누가 가장 먼저, 가장 정확하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코스맥스는 인공지능(AI) 기반 연구와 생산 혁신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그는 “AI를 활용해 방대한 처방 데이터를 분석하고 각 고객사에 가장 적합한 처방을 빠르게 제안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초도 물량을 소량으로 테스트하려는 인디 브랜드들의 요구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를 열 개 만들든, 열 가지를 하나씩 만들든 생산성이 같아지는 구조가 목표”라며 “수년간 준비해온 시스템이 곧 완성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창업 초기의 어려움과 선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일본 기업과의 기술 제휴를 포기하고 연구 인력을 선택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당시에는 생존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넘기고 오늘의 코스맥스를 만드는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모두가 화성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말렸지만 서울과 가까운 입지가 결국 가장 큰 경쟁력이 됐다”며 “특별한 배경이 없어도 원칙과 실력으로 길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장을 찾은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조언도 건넸다. 그는 “앞으로는 세계를 무대로 일해야 하는 시대”라며 “영어는 기본이고 이공계 학생일수록 문학과 예술 등 인문적 소양을 함께 쌓아 사고의 폭을 넓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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