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제3국으로 수출선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해 중국과의 수출 경합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5일 발표한 ‘미국 관세 부과 이후 중국 수출선 전환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 시기 마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을 줄이며 수출국 다변화를 가속화해왔다.
실제 수출대상국 집중도를 나타내는 중국의 HHI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HHI 지수는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659선에서 2021년 556선으로 내렸으며, 트럼프 집권 2기가 시작된 올해 들어서는 376선(10월 기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히 올해 2월부터 미국의 대중 수입 관세가 인상된 가운데 1~10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한 반면, 대세계 수출은 베트남(22.3%), 인도(12.3%) 등 제3국을 중심으로 5.3% 증가하며 15% 내외의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트럼프 1기인 2019년에도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전년 대비 2.5%포인트 줄어든 반면 글로벌 수출 시장 점유율은 0.3%포인트 늘어난 바 있다.
품목별로는 무선통신기기·컴퓨터·배터리 등 중국의 미국 시장 주력 품목 전반에서 대미 수출 감소폭이 컸지만, 제3국 수출 증가분이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10월 중국의 무선통신기기·컴퓨터의 대미 수출은 1년 새 30% 이상 감소했지만 대세계 수출은 각각 0.2%, 4.9%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배터리 역시 대미 수출이 16.3% 줄었지만 대세계 수출은 오히려 23.9% 증가했다.
특히 소비재보다 무선통신기기부품·배터리 등 중간재에서 제3국 수출 증가폭이 더욱 큰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10월까지 중국산 중간재의 제3국 대상 수출은 10.5% 증가하며 자본재(8.8%), 소비재(3.1%)를 크게 앞질렀다. 보고서는 “유통·마케팅 등의 제약이 큰 소비재의 경우 수출선 전환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4대 수출 전환지로는 아세안, 유럽연합(EU), 인도, 아프리카가 꼽혔다. 올해 1~10월 중국의 제3국 수출 증가분(2318억 달러) 가운데 대아세안 수출은 무선통신기기·컴퓨터·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677억 달러 증가하며 가장 큰 비중(29.2%)을 차지했다. 주요 전기차 생산시설이 위치한 EU는 배터리 및 게임용구, 아프리카는 승용차 등의 수출 확대가 두드러졌다. 인도는 글로벌 무선통신기기 조립 허브로 부상하며 중국의 무선통신기기 부품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수출선 전환이 향후 한-중 수출 경합 심화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1~10월 기준 4대 전환지 대부분에서 한-중 수출 경합도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지만 실제로 트럼프 1기 관세 부과 후 EU·인도·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출 경합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한 전례를 고려하면 향후 수 년간 경합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슬비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중국의 제3국 수출선 전환은 단기적인 대응 전략이라기보다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며 “중국의 수출 전환이 집중되는 전략 시장에서 기술·품질 기반의 고부가가치화 전략으로 우리 수출의 경쟁력을 보완하고, 품목 다변화를 통해 경쟁 압력이 낮은 영역에서의 선제적 우위 확보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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