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이지스자산운용의 마곡 원그로브 위탁운용사(GP)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출자 정보 유출, 입찰 정보 미고지 등의 이유로 이지스자산운용에 출자된 자금 회수를 추진 중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의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국민연금의 GP교체 대상 자산으로 마곡 원그로브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원그로브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초대형 업무복합시설이다. 최근 공실률을 해소하면서 서울 서남권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는 투자 자산이다.
국민연금이 GP 교체를 추진하는 근거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기관투자가(LP)는 통상 계약을 맺을 때 지배구조 문제로 인력 이탈이 우려되고, 출자 정보가 유출됐을 때 GP 교체가 가능하다고 명시해놓는다. 국민연금은 다른 LP보다 이 같은 조건을 더욱 까다롭게 적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민감한 정보는 공유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구두로 국민연금 출자 내역이 공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연금의 출자 규모가 크고 원매자들에게 자료 공유 과정에서 구두로 설명됐을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정도의 LP면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곡 원그로브의 GP 교체가 유력한 이유는 국민연금이 전액 출자했기 때문이다. GP 교체를 위해서는 중대한 문제일 경우 LP의 과반이 동의해야하며 경미한 사안일 때 75%가 뜻을 모아야한다. 마곡 원그로브는 국민연금이 단독 출자한 만큼 다른 LP들의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같은 맥락으로 강남 역삼 센터필드도 GP 교체 유력 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마곡 원그로브는 국민연금이 가장 공을 들인 투자 자산이다.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연금은 마곡 CP4블록(구 이마트 부지)에 들어설 복합단지에 2조 3000억 원 규모의 선매입 투자를 결정했다. 연면적 46만 3180㎡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다. 이후 2023년 12월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원그로브 프로젝트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공정률 70% 상황에서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대주단과 함께 37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사업 정상화에 나섰다. 총 투자 규모는 2조 7000억 원이다. 이는 선매입하기로 한 2조 3000억 원 대비 4000억 원이나 큰 규모다. 초대형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서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프로젝트를 끝마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준공 이후에도 국민연금은 임차인을 직접 확보하면서 자산 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돈을 받으려면 마곡으로 가야한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이 영향으로 실제 외국계 운용사들이 원그로브로 입주했다. 원그로브몰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교보문고, 무인양품, 유니클로 등 유명 기업과 MZ세대 선호도가 높은 다양한 식음료 브랜드도 입점했다.
국민연금은 매각 측인 이지스자산운용이 인수 후보자들에게 자신들이 투자했던 자산과 금액, 수익률 등 펀드 관련 비밀 정보를 유출했다고 보고 GP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 다른 대형 연기금·공제회들도 국민연금과 비슷한 논의에 착수했다. 이들은 이달 11일 긴급회의를 열고 실제 펀드의 GP 교체가 가능한지 여부를 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부동산 시장을 개척한 창업 멤버들도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이 해외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고(故) 김대영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역임한 이규성 회장과 코람코자산신탁을 창업한 이후 독립해 설립한 회사다.
김 전 차관과 이 회장은 당시 경제 위기로 한국의 부동산 자산들이 해외 자금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손질해 코람코자산신탁을 세웠다. 당시 공동 창업자들은 “이지스자산운용이 해외 자금에 넘어가는 것이 선대 회장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주변에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자금 회수와 관련해 현재까지 통지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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