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도 원·달러 환율이 소폭 올랐다. 통상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에는 하방 요인(원화 가치 상승)으로 작용하지만 최근에는 시장 불확실성이 워낙 커 단기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6원 오른 1473.0원에 마감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달러 약세 흐름에 연동돼 장 초반 1463.9원까지 하락했지만 저점 매수세가 유입되며 1473.9원까지 반등했다.
달러 매수 수요가 여전히 강한 데다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두고 시장 해석이 엇갈리면서 환율의 추가 하락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 포함된 ‘시기와 규모’라는 문구에 주목하며 연준의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환율 반등에 대해 “내년 연준 인하 전망까지 반영된 거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설령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더라도 원·달러 환율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 정부·기업의 미국 투자 증가 등으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물가 흐름도 한은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한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연속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지금 수준을 유지한다면 내년 물가가 0.2%포인트 정도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수록 물가 상방 압력이 누적되는 구조가 더 견고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집값 기대가 여전히 높다는 점도 금리 인하의 제약으로 작용한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출 경우 주택 시장 과열이 재점화될 수 있고 이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약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시중금리 흐름 역시 한은의 정책 공간을 좁히고 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정기예금 특판 금리가 이미 3%를 넘어서며 시장은 사실상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고 있다”며 “시중금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내리기엔 더 어려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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