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캠퍼스 5공장(P5)은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메모리반도체 전략에서 핵심 기지로 꼽히는 곳이다. 가로 650m, 세로 195m 규모의 초대형 복합 공장으로 10㎚(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6세대(1c) D램과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생산하는 메가팹 역할을 맡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평택캠퍼스 5공장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설비가 추가 도입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16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평택캠퍼스 5공장 골조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반도체 부문 적자 등의 여파로 2023년 공사가 중단된 지 약 2년 만이다. 대규모 공사이다 보니 투입해야 하는 재원 또한 상당하다.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5공장 건설에 투자해야 하는 돈은 최소 60조 원으로 추정된다. 기존 평택캠퍼스 공장 투자액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가 국민성장펀드 저리 대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 역시 평택캠퍼스 5공장에 투입될 자금을 보다 신속히 조달하기 위한 측면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약 47조 4000억 원의 시설 투자를 집행할 계획인데 내년부터는 이 규모가 5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 10월 콘퍼런스콜에서 “추가 수요가 계속 접수돼 HBM 증산 가능성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5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골조 공사 재개 방침을 밝힌 직후 바로 핵심 설비 발주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골조 공사가 완료된 후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가스와 화학물질 공급 설비 입찰을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거의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평택캠퍼스 5공장을 신속히 완공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현 D램 양산 능력은 월 65만 장(12인치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메모리반도체 3개사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양산 능력 2위인 SK하이닉스(45만 장)가 증설 속도를 높이며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와 용인 클러스터 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청주 M15X 팹이 내년 초 가동을 시작해 공정이 안정화되면 내년 말께는 D램 생산이 월 5만 장 늘어나 총 50만 장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을 건설 중인 SK하이닉스는 2030년께 추가로 월 20만 장을 생산해 현재 삼성전자의 D램 양산 능력을 뛰어넘게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1일 “메모리 양산 능력 1위 수성을 위해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5공장 가동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려 할 것”이라며 “이 공장이 100% 돌아가는 시점에는 월 D램 생산량이 최소 20만 장 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자본적 지출(CAPEX)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금융계에서 삼성전자가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께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2%대 금리에 2조 원 상당의 반도체 시설 자금 대출을 받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대규모 자금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국민성장펀드에서 일부 저리 대출을 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좋은 선택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자금 조달 비용을 아끼려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금융 당국이 반도체 대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삼성전자 역시 국민성장펀드 지원 신청에 나서기 용이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당국과 산은은 역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연 3%대 초반의 금리로 대규모 설비투자 및 연구개발(R&D) 지원 대출을 공급할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대출 재원은 성장 펀드 내 첨단전략산업기금에서 충당하되 역마진은 그동안 산은이 적립한 이익잉여금을 활용해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산은의 이익잉여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조 9000억 원이다. 금융위는 “저리 대출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의 경우 정책금융기관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관련 중소 협력 업체까지 보증 지원 등으로 환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생태계를 지원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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