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양산차 개발을 총괄하는 연구개발(R&D) 본부의 수장을 교체한다. 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SDV)를 연구하는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의 송창현 전 사장에 이어 기술 개발 리더 물갈이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술 개발의 양대 축을 모두 자리에서 물린 가운데 능력을 갖춘 차세대 리더를 발탁해 미래 모빌리티 전환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현대차 남영기술연구소 등에 따르면 양희원 현대차·기아 R&D 본부장 사장의 후임으로 만프레드 하러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 부사장이 내정됐다. 하러 부사장은 다음 주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하고 R&D 본부장을 이어 받는다. 양 사장은 세대 교체를 위해 용퇴 의사를 밝혔으며 이달 15일 남양연구소에서 퇴임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독일 출신인 하러 부사장은 1997년부터 약 25년 간 아우디·BMW·프로쉐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서 샤시 기술 개발부터 전장 시스템·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총괄까지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프르쉐 재직 시절(2007~2021년)에는 간판 모델인 카이엔·박스터 등 내연기관차뿐만 아니라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 타이칸 개발을 주도했다.
현대차그룹에는 지난해 5월 합류해 제네시스 모든 차종과 현대 ‘N’ 브랜드 및 제네니스 GV60 마그마 등 고성능 차량 개발을 이끌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러 부사장이 사장에 오르면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루크 동커볼케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OO) 사장에 이어 6번째 외국인 사장이 된다.
이번 R&D 조직 리더십 교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 분야를 총괄해온 송 전 사장이 지난 4일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자율주행·SDV 개발 성과가 목표 대비 저조한 데 따른 질책성 인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 회장은 5일 열린 기아 창립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자율주행과 관련해 “중국 업체와 테슬라 같은 기업과 비교해 저희가 조금 늦은 편”이라며 기술 격차를 인정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연말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기존 R&D본부와 AVP본부로 이원화된 기술 역량을 한데 묶는 작업을 실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러 부사장은 추교웅 전 현대차 부사장과 함께 AVP 본부장 후보자로 거론돼 왔다. 현대차그룹 정기 인사는 오는 18일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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