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 처리 장치(GPU) 판매 방식이 순환출자와 유사하다는 지적, 서버 내용연수 연장으로 순이익을 부풀린다는 의견 등이 존재하지만 이는 구조적 거품이라기보다 주가 부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형 기술주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비중을 늘리는 전략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시장에서는 단기 소음에 흔들리기보다 장기 흐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순환출자 방식 우려는 AMD와 OpenAI 간의 권리 부여 구조 등 서로 이익을 나누면서도 주주 수익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진화했고 금융 기업들까지 참여하며 논란은 일단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어 제기된 내용연수 연장 우려도 두 가지 측면에서 어느 정도 타당하게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실제 서버 사용 기간이 길어졌다. 냉각 기술 발전과 반도체 저장장치(SSD) 보급으로 고장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서버 수명이 전반적으로 늘었다. 엔비디아 신형 칩은 주문 후 1~2년 안에 받기 어려울 만큼 수요가 높고, 기존 H100 칩도 여전히 판매가 활발해 내용연수 6년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고성능 칩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기존 장비를 오래 쓰는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재무적으로도 이를 거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강한 매출이 이를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2017년부터 본격화됐고, 서버 내용연수 연장은 2020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도입했다. 감가상각비 증가가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지만 규모는 약 500억 달러로 엔비디아 연간 매출 4분의 1 수준에 그쳐 기업 전반에 큰 부담으로 보긴 어렵다. 이는 단순한 회계 처리 논란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거품 판단에는 절대 규모보다 비율이 적절하다. 매출이 늘면 경쟁력 유지를 위해 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2017년 1차 투자 붐 당시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약 12.5%였고, 현재는 약 13% 수준으로 과도하지 않다. 절대 금액은 커졌지만 매출 증가가 이를 충분히 흡수해 거품으로 과장할 필요는 낮다. 즉, 시장이 확대되면서 투자도 자연스럽게 커진 흐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의 거품 우려는 산업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주가 수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은 지난해부터 낮아지고 있으나 2017년보다 여전히 높다. 다만 이 비율이 떨어질수록 주가 변동성은 커질 수밖에 없고, 정보기술 업종 전체의 주가·자본비율은 수익성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며 고평가 신호도 나타난다.
종합하면 현재 AI 거품 논란은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보다는 높아진 주가가 가져온 현상이며 장기적으로는 AI 관련 기업들에 분산투자해 변동성을 낮추는 전략이 여전히 적절하고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AI 산업 성장의 기조가 유지되는 한 일시적 잡음보다 체계적 접근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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