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래 전략산업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등을 위해 영상 데이터의 모자이크 처리 없이 원본 그대로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AI 특례를 도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개인이 소유한 캠핑카를 렌터카 업체처럼 타인에게 빌려주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공유 플랫폼 사업도 본격 허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총 22건의 규제 혁파에 나선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래 먹거리인 AI 산업 육성을 위한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데이터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를 해야만 활용이 가능하다. 또한 자율주행이나 로봇 기술 개발 과정에서 보행자의 시선 처리, 미세한 표정 변화 등을 AI가 학습하려면 모자이크된 데이터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이에 정부는 AI 기술 개발 목적에 한해 영상·음성 등 원본 데이터를 가명 처리 없이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적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로서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AI 특례 방식을 추진할 방침이다. 장주연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과장은 “AI의 인식 정확도가 향상되고 비용 등이 절감됨으로써 국내 AI 기술 관련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레저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캠핑카 공유 서비스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 그동안 캠핑카는 렌터카 등록 요건이 차량 50대 이상 보유 등으로 까다로워 개인이 자신의 캠핑카를 타인에게 돈을 받고 빌려주는 행위가 불가능했다. 앞으로는 개인이 소유한 캠핑카를 차량 공유 중개 플랫폼을 통해 대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된다. 현재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사업이 진행 중이며 2027년 상반기까지 법제화가 완료될 예정이다.
소주 시장의 원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주정(소주 원료) 유통 구조도 개선한다. 현재 국내 주정 유통은 9개 제조사가 만든 주정을 대한주정판매가 일괄 구매해 소주 회사에 파는 독점적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소주 제조사가 주정 회사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물량은 전체의 2%(연간 3만 드럼)로 묶여 있었다. 공정위는 이 직거래 허용 한도를 연간 4만~6만 드럼(약 3~4%) 수준으로 2배가량 늘려 주정 제조사 간의 가격·품질 경쟁을 유도하고 소주 업체의 원가 절감을 돕기로 했다.
이 밖에도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업자가 물리적 설비 공사 없이 ICT 기반의 스마트 기술만 도입해 운영비를 절감하더라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바꾼다.
식품·건강기능식품 포장지에 깨알같이 적혀있던 의무 표시사항도 대폭 줄어든다. 소비기한이나 알레르기 정보 등 필수 정보만 크게 표시하고, 나머지 상세 정보는 QR코드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포장재 교체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는 더 큰 글씨로 핵심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규제 개선으로 AI 등 신산업 분야의 기업 부담이 줄고, 폐쇄적인 주류 시장 등에 경쟁 원리가 작동해 소비자 후생이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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