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현대차(005380)·현대모비스(012330)·기아(000270) 등 국내 자동차주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빅테크 중심의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국면이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간 사이 완성차 기업의 기술 경쟁력 재평가 기대가 커지면서 자금 이동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최근 일주일(1~8일) 동안 현대차 1468억 원, 현대모비스 962억 원, 기아 535억 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AI 투자 확대의 혜택이 반도체 중심에서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로보틱스까지 넓어지면서 자동차·모빌리티 기업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한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스마트카 시대 경쟁력을 꼽는다. 그간 국내 완성차 기업이 저평가됐던 원인은 전통적인 제조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AI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엔비디아와의 협업 확대, 이동형 로봇 출시 등이 이어지면서 테슬라와의 기술 격차 축소 기대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에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은 이날 현대차의 목표가를 각각 34만 원에서 45만 원, 34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상향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에서 자율주행, 로봇 사업까지 확장을 추진하는 업체는 글로벌에서 테슬라, 현대차그룹, 중국 전기차(샤오펑·샤오미·화웨이·비야디(BYD)·리오토)로, 5~6개 기업에 불과하다”며 “내년 현대차그룹이 AI기업으로의 진전이 이뤄질수록, 현대차의 밸류에이션은 중국의 상위 전기차 기업들 수준으로 재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보틱스 업종의 훈풍으로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가 피규어 AI만큼 인정받을 시 현대차의 지분가치는 4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같은 기간 연기금은 삼성전자(005930)(-560억 원), 네이버(NAVER)(-384억 원), 셀트리온(-333억 원), 알테오젠(-294억 원) 등 그동안의 주도 종목에 대해서는 소량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지난달 증시 활황을 이끌며 주가 상승 폭이 가팔랐던 종목들 위주로 비중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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