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공룡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대표 영화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를 720억 달러(한화 약 106조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워너브라더스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글로벌 대작 IP를 다수 보유한 영화 제작사로,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넷플릭스는 가입자 확대는 물론 콘텐츠 경쟁력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거래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케이블TV 부문을 먼저 분리한 뒤, 남은 핵심 자산만 넷플릭스가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성사될 경우 현재 3억 명을 넘어선 넷플릭스 가입자는 4억 2000만 명대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초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던 파라마운트가 주저하는 사이, 넷플릭스가 더 높은 가격과 현금 지급 조건을 제시하며 인수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의 ‘반독점 규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양사가 합쳐질 경우 미국 구독형 OTT 시장 점유율이 34%에 이르고, 글로벌 스트리밍 앱 활성 사용자 비중도 절반을 넘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행 미 법무부 지침은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는 기업 간 직접 합병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시장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 독점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일자리 축소와 극장 폐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작가 단체와 영화관 업계는 이미 반대 의사를 표했고, 인수전에서 밀린 파라마운트의 CEO 래리 엘리슨이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라는 점도 정치적 압박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백악관 참모들이 이번 거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 반응도 엇갈렸다. 5일(현지시간)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넷플릭스 주가는 장 초반 한때 4% 가까이 하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결국 2.89% 하락 마감했다. 반면 피인수 기업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6% 이상 상승하며 대조적 흐름을 보였다.
특히 이번 거래가 무산될 경우 넷플릭스는 총 인수액의 8%에 해당하는 58억 달러(약 8조 5천억 원)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일반적인 M&A 위약금이 1~3%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넷플릭스 경영진의 자신감으로 해석하면서도, 실패 시 막대한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콘텐츠 시장 판도를 뒤흔들 한 편의 ‘빅 매치’가 현실화될지, 아니면 규제 장벽과 정치 변수에 가로막힐지는 당분간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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