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분해되지 않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을 대량으로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미생물이 제주 바다에서 발견됐다. 이번 발견이 미생물 기반의 플라스틱 처리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형관 세포공장연구센터 박사 연구팀이 제주 연안의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분리한 미생물 중 하나가 플라스틱 분해 과정의 핵심 중간 물질인 ‘비스(2-하이드록시에틸)테레프탈레이트(BHET)’를 자연적으로 분해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최근 게재됐다.
플라스틱은 여러 단계를 거쳐 더 작은 물질로 분해될 수 있고 BHET는 그 중간 단계 물질의 하나다. BHET는 여러 단계 물질 중에서도 특히 잘 분해되지 않아 플라스틱 처리 과정에 병목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여겨진다. BHET 분해 효율을 높여야만 전체 플라스틱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제주 바닷가에 버려진 플라스틱 표면에 모여 사는 미생물 무리인 ‘플라스티스피어’를 살펴봤다. 서로 다른 8종이 함께 서식 중이었는데 이 중 학계에서 ‘WED208’이라 부르는 미생물은 BHET 분해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미생물은 BHET가 들어 있는 배양액에서 30일 동안 자라며 BHET 양을 약 30% 줄였다.
연구팀이 유전정보를 분자 수준에서 분석한 결과 WED208은 BHET을 잘라내는 데 필요한 기능이 있는 특별한 단백질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백질 안에는 분해 반응에 필수적인 핵심 아미노산들이 모두 갖춰져 있었다.
연구팀은 WED208을 포함해 여러 분해 능력을 가진 미생물들을 합쳐 ‘미생물 컨소시엄’을 구축하면 플라스틱 분해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박사는 “해양 플라스틱에 이미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의 중간 물질을 처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첫 사례”라며 “미생물 생태 기반의 플라스틱 처리 기술 개발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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