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을 발표하기 전에 전현직 임원들이 수십억원대 쿠팡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은 사전에 설정한 계획 등에 따라 주식을 매도했을 뿐 매도 당시 해당 사고를 인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에도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불신이 커지는 모양새다.
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0일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 주식 7만 5350주를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매도가액은 약 218만 6000달러(약 32억 원)에 달한다. 검색 및 추천 총괄 기술 임원이었던 프라남 콜라리 전 부사장은 퇴사 이후인 지난달 17일 쿠팡 주식 2만7388주를 매도했다. 매각 가치는 77만 2000달러(약 11억 3000만 원)로 신고했다.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은 올해 6월 24일 처음 이뤄졌으나 쿠팡이 이를 처음으로 인지한 건 지난달 18일이다. 전현직 임원의 주식 매도 시점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맞물리면서 내부자 거래 의혹이 제기됐지만 쿠팡은 주식 매도가 개인정보 유출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아난드 CFO의 경우 1년 전인 지난해 12월 세금 납부를 이유로 일부 주식을 자동 매도하기로 설정한 데 따라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콜라리 전 부사장은 올해 10월 15일 퇴사함에 따라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SEC에 따르면 퇴사자라도 5000주가 넘는 주식을 매각하면 사후 공시가 이뤄진다. 전현직 임원의 주식 거래가 모두 회사가 개인정보 유출된 사실을 인지하기 전에 이뤄졌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시장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대상이 최초 4500여 명이라고 밝혔다가 이후 피해 고객이 337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또 쿠팡이 고객에게 개인정보 유출을 문자 메시지로 알리면서 ‘유출’ 대신 ‘노출’이라고 통지한 것에 대해서도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PC에 올라온 사과문은 사흘 만에 내려갔다. 이로 인한 고객 불안이 커지자 개인정보위원회는 이날 쿠팡에 개인정보 노출 통지를 유출 통지로 수정하고, 모든 유출 항목을 정확히 반영해 이용자들에게 재통지할 것을 명령했다. 홈페이지 초기 화면 또는 팝업 등을 통해 일정 기간 이상 유출 내용을 공지할 것도 요구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는 쿠팡의 허술한 보안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은 동일한 아이디로 쿠팡페이에 자동가입하게 돼 있다”며 “이번 유출로 쿠팡페이에 접속할 대문이 뚫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쿠팡페이만 전자금융업자로 규정돼 있어 규제의 한계가 있다고 봤다”며 “그 부분이 확인되는 대로 검사 여부를 판단해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정무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올해 제가 국내에서 김 의장을 만나본 적이 없다”면서 “유출 피해자에 대해 자발적 배상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김 의장을 고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Inc의 주가는 2일(현지시간) 전날 대비 0.23% 반등했다. 사고 발표 직후인 1일 쿠팡의 주가는 5.36% 하락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JP모건 등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한국의 소비자 이탈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한 점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의 불신이 얼마나 ‘탈팡’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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