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한 사모펀드가 ‘현대LNG해운’을 인도네시아 대기업인 시나르마스 그룹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현대LNG해운은 2014년 현대상선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매각한 LNG전용선 사업부를 사모펀드가 인수해 출범시킨 해운사이다. 현재 LNG 전용선 12척과 LPG 전용선 6척 등을 보유한 국내 최대 액화가스(LNG·LPG) 수송선사이다.
현대LNG해운은 한국가스공사(036460)와 장기 운송계약을 맺고 있다. 해외 매각이 강행되면 핵심 에너지 운송 자산은 물론 수십 년간 쌓아온 LNG 수송 노하우와 한국가스공사의 장기계약 수송권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 자산이 해외로 유출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적 선사의 LNG 수송비중은 지난해 기준 38%인데 2029년에는 12%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데 가스공사와 장기 운송계약을 맺고 있는 현대LNG해운마저 해외에 팔리면 우리나라 LNG 적취율은 2029년 6%대까지 추락하게 된다.
전쟁 등 유사시 외국 선박은 국내 입항을 거부할 것이고 이는 곧 LNG 공급망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전국 아파트에 도시가스를 15일에 한 번밖에 공급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중요 에너지 수송을 전적으로 해외 해운사에 의존할 때 예상되는 에너지 안보위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현대LNG해운은 가스공사 자회사를 통해 현대LNG해운의 벙커링 전용선을 보유하고 있다. 20년 간 개발한 한국형 LNG벙커링선이 해외 기업에 넘어간다는 것은 국내 벙커링 산업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선원 일자리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매각을 강행할 경우 500여 명의 국내 선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가스공사가 LNG를 도입하며 외국 선박 이용을 늘려 2029년까지 국적 선원 일자리가 400여 명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 매각까지 더해지면 일자리 감소 폭은 9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더욱이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핵심 정책 목표와도 배치된다. 정부는 '핵심 에너지 운송 국적선 이용률 70% 이상 유지 및 선박의 해외 매각 방지'를 국정 과제로 채택했고 내년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주요 에너지 운송 선사인 현대LNG해운을 해외로 넘기는 것은 에너지 해상 수송 자립도를 높이려는 정부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처사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전략화물 수송을 국가 차원에서 엄격히 관리한다. 미국의 경우 전략화물의 해상운송에 국적 선박 이용과 함께 LNG 화물도 일정 비율 미 국적선 운송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은 전략화물을 100% 자국 선박으로 수송 중이며 중국도 전략물자는 모두 자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이 전략 화물 운송의 내재화 기조를 지키고 있는 셈이다.
산업통상부는 국가 전략화물 운송권 및 선박의 해외 매각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허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산업부 산하기관인 한국가스공사와 체결한 LNG 장기운송 계약권까지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것은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중대 사안임이 분명하다.
극심한 해운 불황을 겪던 2014년을 전후해 선사들을 인수한 사모펀드들이 시황 하락이 예상되자 투자금 회수를 위해 해운사 재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국적 선박의 대규모 해외 매각은 곧 국가 전략자산의 유출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모펀드 소유 해운사의 전략화물 선대에 대해서는 정부가 특별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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