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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여유·풍성한 볼거리 공존…'머물고픈' 강원랜드 만든다

'웰포테인먼트 복합리조트' 청사진 제시

리조트 밖엔 탄광 갱도·설비 활용 문화공간

중심부엔 고즈넉한 한옥과 웰니스 공간

리조트 둘러싼 숲길에선 족욕하며 '힐링'

광장 곳곳엔 다양한 공연·미디어쇼 풍성

3조 투입 콘텐츠·시설 지금보다 확 늘려

年 1300만명 찾는 웰니스 성지 진화 선언

강원랜드 하이원 리조트 전경. 사진 제공=강원랜드




도착하자마자 달라진 공기를 실감했다. 강원도 정선 고원에 올라선 버스 창밖으로는 이미 늦가을을 건너뛴 초겨울이 번져 있었다. 회색빛을 머금은 능선 사이로 하이원리조트 단지가 모습을 드러내자 한때 탄광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풍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선 리조트 밖, 과거 탄광의 흔적부터 찾아갔다. 목적지는 탄광문화공원 예정지 ‘M650’ 부근. 강원랜드가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부지를 매입해 리모델링 중인 공간이다. 아직 공사 펜스와 오래된 구조물이 뒤섞여 있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겹쳐져 보였다. 강원랜드는 탄광 갱도와 설비를 보존·복원해 산업 유산을 전시와 교육·공연이 결합된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폐광 지역의 자부심을 되찾는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설명은 카지노 수익을 기반으로 한 개발을 넘어 지역의 ‘다음 100년’을 고민해야 하는 과제임을 보여준다.

겨울이 일찍 찾아온 강원랜드 내 한옥 베이커리 카페 운암정의 모습. 사진 제공=강원랜드


탄광의 시간을 뒤로하고 리조트 중심부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진다. 리조트 단지를 가로질러 한옥 베이커리 카페 ‘운암정’에 들어서자 조용한 마당과 기와지붕이 시야를 채운다. 담장을 넘은 차가운 공기가 마당 한가운데 서 있는 나무와 눈발 사이로 흩어졌다. TV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여러 차례 등장해 익숙한 공간이지만 실제로 마주한 운암정은 화면보다 훨씬 차분하다. 한옥 마루에 앉아 따뜻한 차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있으니 “여기가 카지노 리조트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암정의 디저트 세트는 ‘강원도’를 한 상에 올려놓은 구성이었다. 수리취와 산죽, 정선 사과를 활용한 다과와 구움 디저트가 한 접시에 올라오고 곁에는 한방 차가 따라 나온다. ‘인스타그램 감성’이라는 말처럼 강원랜드가 내세우는 K디저트와 한옥 공간의 조합은 분명 과거 카지노 중심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하이원 그랜드호텔에서 진행되는 명상 프로그램 현장. 요가와 함께 위스키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 제공=강원랜드


한옥 마당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실내 웰니스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하이원 그랜드호텔 7층 ‘밸런스 케어존’은 유리창 너머로 백두대간 능선이 펼쳐진다. 요가 매트가 가지런히 놓인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사운드 테라피와 명상 프로그램은 ‘리조트=놀이터’라는 익숙한 공식보다 ‘리조트=재충전’에 가깝다. 강사의 안내에 따라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고르고 잔에 담긴 위스키 향을 맡으며 몸의 긴장을 풀어내는 프로그램은 MZ세대 취향을 정면으로 겨냥한 콘텐츠다.

실내에서 몸을 풀었다면 이번에는 숲으로 향할 차례다. 리조트 맞은편 달팽이 숲길을 따라 오르자 작은 평지에 마련된 ‘네이처힐링 존’이 나타난다. 테이블 아래 줄지어 있는 조그만 족욕 욕조 앞에 앉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니 고원의 찬 바람도 잊게 된다. 허브와 한약재 향이 섞인 김이 피어오르는 풍경은 이곳이 과거 석탄을 캐던 갱도가 즐비했던 자리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해가 기울고 밤이 찾아오자 리조트 광장 곳곳에서는 공연과 미디어 쇼가 이어졌다. 가족 단위 방문객과 연인들, 카지노를 오가는 손님이 한데 섞여 불꽃과 조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족욕으로 몸을 데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카지노 입구 미디어월 앞에서 퍼포먼스를 관람한다. ‘폐광지 카지노’라는 단일 정체성으로는 더 이상 설명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11월 20일 하이원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K-HIT 마스터플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경운 기자


리조트 컨벤션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강원랜드의 ‘다음 10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현재 구조를 유지한다면 10년 뒤에도 강원랜드는 제자리일 것”이라며 2035년까지 약 3조 원을 투자하는 ‘K-HIT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카지노 중심 매출 구조를 웰니스·레포츠·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웰포테인먼트 복합리조트(IR)’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계획의 핵심은 ‘체류형’ 소비 구조다. 길이 300m, 높이 80m 규모의 실내 ‘그랜드 돔’을 중심으로 K컬처 공연장, 미디어돔, 가족형 콘텐츠, 쇼핑·다이닝 시설을 한 축으로 묶고 주변에 호텔, 레포츠 시설을 확장해 ‘입장-게임-퇴장’이 아닌 ‘머무는 리조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강원랜드는 이를 통해 연간 방문객 1300만 명, 매출 3조 원대를 달성하고 비(非)카지노 매출 비중을 현재 20% 수준에서 40% 안팎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제시했다.

경쟁 환경도 간담회의 주요 화두였다. 최 직무대행은 “2030년 완공 예정인 일본 오사카 복합 리조트는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대 거리에 있는 초대형 IR로 우리가 머뭇거리면 국내 이용객이 해외로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모델은 해외 IR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탄광 문화유산, 산악 레포츠, 청정 자연을 묶은 ‘대체형 체류 리조트’”라고 강조했다. 해외로 나가는 레저 소비의 일부라도 국내로 되돌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설명이다.

과제는 규제와 투자 회수 구조다. 카지노 시간총량제, 베팅 한도, 영업시간 제한 등 기존 규제는 수익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 최 직무대행은 “규제 완화 요구는 단순 매출 확대를 위한 게 아니라 대규모 투자에 대한 회수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한국형 IR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부처 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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