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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대출 늘려도 생산성 정체…‘좀비기업 퇴출·신규 지원’ 병행해야

[생산적금융 대전환] <하>구조조정 통한 선순환

좀비기업 비중 43%로 역대 최고

이자비용 충당 못하는 곳도 18%

은행 성과지표에 구조조정 반영을





국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약 2배 증가할 때 중소기업 시설 대출이 7배 이상 늘어난 현상 뒤에는 은행들의 관행적인 만기 연장이 있다. 정부의 중기 지원 압박에 은행 간 실적 경쟁이 더해지면서 중기 대출과 만기 연장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중기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을 본 적이 있느냐”며 “이자 보상 배율과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를 당연히 보지만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 운전자금이든 시설자금이든 웬만하면 만기 연장을 해준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설 대출을 지원받은 중기의 생산성은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최근 국내 중소 제조 업체 근로자 1명이 창출한 부가가치가 2023년 기준 1억 3900만 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5년 전인 2019년(1억 3100만 원)과 비교하면 사실상 중소 제조 업체의 노동생산성이 정체돼 있다. 뒤집어 보면 여신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일 “정책금융을 중심으로 한계 중소 업체들이 연명하는 일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의 수익성도 함께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중기 대출 비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에서 전체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해 OECD 38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 정부 정책 보증 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가 넘어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과도한 대출 지원이 좀비기업을 양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96만 1336개 가운데 번 돈으로 대출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 비중이 4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달했다. 전년보다 0.6%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2021년부터 4년 연속 증가세다. 금융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을 얘기할 때 금융그룹마다 10조 원을 한다는 식의 신규 자금 지원에만 논의가 쏠려 있는 것 같다”며 “구조조정과 산업 전환을 함께 추진해 자금 배분을 새로 해야 생산적 금융이 제대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의 핵심성과지표(KPI)에 신규 지원 실적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성과를 인정해주면 현장에서 보다 원활히 관련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앞서 한국금융연구원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기업 부문으로의 신용이 확대되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자금 재배분이 가능해져 첨단산업 및 유망 기업 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생산적 금융을 위한 별도의 자금 마련 부담을 덜 수 있다.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활용도 가능해진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한계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하고 생산성이 높은 신규 기업에 자금 배분이 더 많이 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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