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이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공급을 위축시키지 않게 금융위원회와 자본 규제 개선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1일 여의도 본원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에 사전 통보된 1조 7000억 원 규모 과징금과 관련해 “과징금 확정 전까지는 위험가중자산(RWA) 인식을 유예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모험자본 공급과 생산적 금융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자본 규제상 과징금을 부과받은 은행은 그 금액의 600%를 리스크로 인식해 10년간 RWA에 반영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각 금융지주가 발표한 73조~93조 원의 생산적 금융 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원장은 이번 과징금 산정에는 “각 은행의 사후 구제 노력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들을 겨냥해 “특정 금융사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연임 욕구가 너무 과도하게 작동하는 문제가 있다.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구성하는 부분이 있다면 감시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지적했다.
빅테크의 금융 진출 확대에 대해서는 파장을 예의 주시하며 보완점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기업결합에 대해 “금가분리(금융과 가상자산 분리)가 된 상태에서 빅테크가 자유롭게 금융과 가상자산을 결합하고 스테이블코인 사업까지 발표했다”며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규제 장치 없이 훅 들어올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피고 제도적 보완점을 챙기겠다”고 했다. 양 사는 내년 2~3월께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 400억 원대 가상화폐 탈취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갈 성격이 아니다”라고 엄정 제재를 예고했다. 업계 전반의 보안 시스템에 대해서도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규제와 제재 체계가 전면 도입될 것”이라고 했다.
증권사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와 관련해 “정책과 제재는 분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감원이 튀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점 점포 제재심 이슈로 발행어음 사업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우려됐던 삼성증권의 사업자 인가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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