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들이 쿠팡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를 예의 주시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쿠팡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고 e커머스 시장의 판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e커머스 업계 전반으로 보안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도 있는 만큼 업계는 일제히 보안 점검에 나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고객 3370만 명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쿠팡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11월 기준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는 3440만 명으로 종합 쇼핑몰 중 가장 많다. 쿠팡에 이어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한 알리익스프레스와 비교해도 3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지난달 초 11번가·G마켓·네이버플러스스토어 등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내세워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쿠팡과의 격차를 유의미하게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개인정보 유출로 쿠팡에 대한 신뢰를 잃은 고객이 대거 속출하면서 다른 e커머스 업체들에는 신규 고객을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쿠팡으로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고객들 중에서는 쿠팡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거나 탈퇴를 고민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30대 직장인 한 모 씨는 “결제 정보, 카드 번호 등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불안하다”며 “와우 멤버십 구독 해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쿠팡 대신 사용할 만한 e커머스를 추천해달라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티몬·위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 때도 고객들이 대체 플랫폼을 찾으면서 쿠팡을 포함해 다른 업체들이 수혜를 봤다”며 “개인정보 유출로 쿠팡 와우 멤버십 가입자 중 수백만 명은 해지하지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신선식품 분야에서 협업을 강화하고 있는 네이버와 컬리가 쿠팡의 대안으로 점쳐지기도 한다.
다만 로켓배송 등 쿠팡의 편의성이 높은 만큼 당장 고객들이 대거 다른 업체로 이동할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로켓배송·새벽배송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많다”며 “SK텔레콤·롯데카드의 개인정보 유출을 이미 겪은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태로 e커머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업체들은 일제히 보안 점검에 나섰다. 컬리는 내부 보안 협의체를 중심으로 보안과 관련해 전반적인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11번가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버와 데이터베이스의 접속 이력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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