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술 소비 지형이 빠르게 뒤바뀌고 있다. 회식 문화가 약해지고 홈술·혼술이 일상화되면서 소주 중심의 음주 시장이 와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편의점 등 주요 판매 채널에서 올해 소주·맥주 판매 증가세는 둔화된 반면 와인 판매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에서는 10만~20만 원대 중가 와인이, 편의점에서는 3만 원 미만의 가성비 와인이 강세를 보이며 채널별 소비층이 뚜렷하게 갈라졌다.
이마트·롯데마트의 올해 1~11월 소주·맥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5%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와인 판매량은 이마트가 12%, 롯데마트가 20% 증가했다. 특히 이마트는 이달 들어 와인 판매가 155.7% 급증하며 시장 변화 속도를 보여줬다.
편의점 역시 흐름은 같다. 세븐일레븐은 소주(+15%)·맥주(+10%)보다 와인 판매 증가폭이 45%로 가장 컸다. CU도 소주 판매는 누적 8.7% 증가에서 이달 9.9%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와인은 누적 4.9%에서 이달 7.1%로 성장세가 뚜렷하게 가팔라졌다.
와인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가격대는 3000원대 초저가 제품부터 2억 원을 넘는 초프리미엄 제품까지 극단적으로 넓어졌다.
롯데백화점은 프랑스 ‘도멘 아르망 후쏘 샹베르땅 그랑 크뤼’를 4000만 원대에 판매 중이며, 신세계백화점은 ‘도멘 르로아 뮈지니 그랑크뤼 2020’을 2억 원대에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샤토 디켐 버티컬 컬렉션’(1945~2015, 64병)을 2억 6000만 원대에 판매한다.
대형마트에서도 수백만 원대 와인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마트는 7000원대부터 8000만 원대까지 라인업을 갖췄으며 ‘샤또 라피트로칠드 버티칼 컬렉션’(36병 구성)을 798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도멘 로마네 꽁띠’(750mL)를 6200만 원대에 내놨다.
편의점 역시 가격대가 극단적으로 벌어졌다. GS25는 4000원대 캔와인 ‘웨스트 와일더’부터 880만 원대 ‘샤또르뺑 2014’까지 판매한다. CU는 3000원대 와인360부터 ‘샤또 무똥 로칠드 2004 매그넘’(298만 원), 세븐일레븐은 ‘샤또페트뤼스 2008’(890만 원대)까지 구성하며 와인 전문점 수준으로 라인업을 넓혔다.
반면, 소비 시장 전체에선 가성비 선호 흐름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GS25 오프라인 매장 기준 1만~3만 원대 와인 매출 비중은 75% 이상을 차지하며 대중 소비층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 전체 술 소비량 자체는 감소 중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주류 소비량은 2008년 9.5L로 정점을 찍은 이후 코로나19를 거치며 2020~2021년 7.7L까지 떨어졌다. 2022년 8L로 다소 회복했지만 2023년 다시 7.8L로 줄었다. 업계는 홈술·혼술 문화가 음주량 전반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ihilin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