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은행 5곳에 1조 7000억 원의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다. 4조~5조 원 안팎이라는 시장 전망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금융위원회 논의 단계에서 추가로 감경될 여지가 남아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금융소비자보호법 과징금 감독규정에 따라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에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우리은행도 대상이지만 판매 규모가 작아 통보 명단에서는 빠졌다.
은행 5곳의 과징금은 1조 7000억 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부과 기준율 조정과 내부통제 정비 및 소비자 배상 노력을 참작한 결과다. 당초1조 4000억 원 안팎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는데 이보다는 3000억 원가량 많다.
금감원은 다음 달 18일 제재심의위원회에 이를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제재심 이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의결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과징금 규모가 최종 확정된다. 이 과정에서 최종 과징금은 1조 원 안팎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3000억 원 규모의 과태료도 예고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 차원에서 은행들의 자율 배상 노력을 얼마나 더 반영해주는지에 따라 과징금이 더 감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 11월 14일자 1·3면 참조
은행들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은행이 조직적·고의적으로 불완전판매를 행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적극적으로 배상 노력을 기울인 점이 고려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본 과징금 산정은 위반 금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해 계산한다. 위반 금액 규모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초 5개 은행의 기본 과징금 산정액이 5조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단순 판매액만 보면 은행별로 국민은행이 8조 1972억 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2조 3701억 원), NH농협(2조 1310억 원), 하나(2조 1183억 원), SC제일(1조 2427억 원), 우리(413억 원) 등의 순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 감독 규정 개정이 이뤄지면서 과징금 규모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부과기준율이 보다 세분화되면서 당초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 부과기준율 75%보다 훨씬 낮은 비율을 적용받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5개 은행의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행위는 감독 규정 세부평가기준표상으로 1.7점을 받아 중간 단계인 ‘중대한 위반행위(1.6점 이상 2.3점 미만)’로 분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예상과 달리 은행이 조직적·고의적으로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상당수가 과거 수익률이나 청약철회권 미기재 등 부당성이 경미한 사안들이다.
특히 사태 이후 은행들이 내부통제 강화와 배상 노력을 기울인 점도 감경 사유로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감독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충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이행하고 피해를 적극 배상하는 등 사후 수습 노력이 인정되면 기본 과징금의 최대 50% 이내에서 감경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이후 내년 상반기 이뤄질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 감독 규정은 감경 후 과징금이 위반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액의 10배를 초과하는 경우 금융위가 부당이득액의 10배 한도로 감액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과징금이 1조 원 아래로 낮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은행권 역시 금감원 제재심과 금융위 단계에서 자율배상에 힘쓴 점 등을 적극 소명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과징금 결정 시 부당이득의 10배 초과분은 감액이 가능하다”며 “금융위 의결을 통해 결정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예상보다 낮은 1조 원 안팎의 과징금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된 만큼 은행권의 자본 비율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은 이번에 과징금 이외에 과태료로 약 3000억 원을 추가로 부과받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 예상보다는 크게 줄어 경영 불확실성은 다소 낮아졌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인 만큼 부담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며 “자본 비율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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