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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로 돌아가라” 오픈AI 직원 도발…잠자던 ‘창업자 브린’ 깨웠다 [갭 월드]

■서종‘갑 기자’의 갭 월드(Gap World) <9>

팟캐스트서 밝힌 비화…“오픈AI 직원 말이 자극제”

매출 23%만 투자해 1등 ‘AI 모델 투자 효율’ 증명

AI 칩부터 모델까지 수직계열화…삼성·SK 반사익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 뉴스1




“세르게이, 솔직히 말해서 당신 구글로 돌아가야 해요.”

2023년 초 실리콘밸리의 한 파티장.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는 당시 챗GPT로 전 세계를 강타하며 구글을 ‘한물간 기업’ 취급하던 경쟁사, 오픈AI의 연구원 댄(Dan)이었다.

최근 유명 기술 팟캐스트 ‘올인(All-In)’에 출연한 브린이 직접 밝힌 이 일화는 묘한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적진(OpenAI)의 엔지니어가 보기에 AI 종주국이라 자부하던 구글이 허둥대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일까, 아니면 승자의 여유 섞인 조롱이었을까. 의도가 무엇이었든 이 도발은 먹혀들었다. 은둔하던 브린의 승부욕에 불을 지폈고 그는 2023년 1월 경영 일선에 복귀해 “코드 좀 보자(Let me see the code)”며 구글의 야성을 깨웠다.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2025년 11월, 구글은 보란 듯이 인공지능(AI) 왕좌를 탈환했다. 그것도 경쟁사들처럼 무작정 돈을 쏟아붓는 방식이 아닌 ‘자본 효율성’을 앞세운 스마트한 역습이었다. 구글의 부활은 단순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넘어 돈 먹는 하마로 불리던 AI 산업에 새로운 생존 공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돈’이 아니라 ‘실력’…투자 효율의 마법 부린 구글


2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이번 도약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경쟁 양상이 무차별적 물량 공세에서 투자 대비 성과(ROI) 대결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가장 주목할 점은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AI 투자 효율성이다. 오픈AI와 동맹을 맺고 추격전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라클 등은 매출의 약 35%를 인프라 설비투자(CAPEX)에 쏟아붓고 있다. 막대한 비용 지출 탓에 “도대체 언제 돈을 버느냐”는 AI 거품론과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다.

반면 구글은 이들보다 훨씬 낮은 매출의 23%만을 투자하고도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인 ‘제미나이 3.0’을 성공시키며 성능 우위를 입증했다. 기존 검색 광고 시장에서 막대한 현금을 벌어들이면서 신규 영역인 AI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AI 투자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고도화된 기술 통제 하에 진행될 경우 확실한 저비용 고효율 구조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빚 내도 끄떡없다” 기업 재무 기초 체력서도 격차 벌려


기업의 재무적 기초 체력인 펀더멘털의 격차도 확인됐다. 제미나이 3.0 등 신규 서비스가 시장의 호응을 얻자 구글의 재무 건전성을 우려하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구글은 최근 인프라 확충을 위해 250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발행했으나 뜯어보면 내실은 경쟁사보다 훨씬 탄탄하다.

구글의 순이익 대비 순현금 비율은 0.4배 수준으로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0.7배)보다 현저히 낮다. 구글이 외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이를 감당할 현금 창출 능력이 충분함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의 절대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성과로 연결하느냐는 것”이라며 “구글은 압도적인 자본 효율성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AI 레이스를 완주할 체력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AI 모델 1등인데도 엔비디아 세금 안내…수직계열화 승부 통했다


구글이 이런 고효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완벽한 형태의 수직계열화에 있다. 이번 제미나이 3.0의 성공은 구글이 자체 설계한 AI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와 자체 구축한 고속 네트워크, 자체 개발한 프런티어 모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 결과다.

이는 오픈AI(모델)와 마이크로소프트(인프라), 엔비디아(AI 칩)가 각각의 마진을 챙기며 연합한 것과 달리 구글이라는 하나의 회사가 모든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른바 엔비디아 세금(Nvidia Tax)을 내지 않고 내부 자원만으로 최적화에 성공하니 비용은 획기적으로 줄고 성능은 극대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엔비디아·구글 경쟁 구도, K반도체엔 기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단


구글의 나 홀로 성공 방정식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엔비디아 GPU 의존도를 낮추려는 구글의 시도가 성공하면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렸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2025년 구글 향 고대역폭메모리(HBM) 출하량 중 SK하이닉스가 60%(18억Gb), 삼성전자가 33%(10억Gb)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 공급망 안정을 위해 칩 제조사를 다변화하면서 엔비디아 뚫기에 고전하던 삼성전자도 구글이라는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구글이 TSMC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 삼성전자가 2나노 등 선단 공정에서 기술력을 입증해 물량을 뺏어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갭 월드(Gap World)’는 서종‘갑 기자’의 시선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 쏟아지는 뉴스의 틈(Gap)을 파고드는 코너입니다. 최첨단 기술·반도체 이슈의 핵심과 전망, ‘갭 월드’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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