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복제약) 가격이 최대 약 25% 낮아진다. 새로 출시되는 제네릭은 물론 기존에 등재돼 있던 의약품들도 새로운 기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혁신 신약과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는 보상을 강화해 제약사가 제네릭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신약 연구개발(R&D)에 나서도록 유도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는 28일 제22차 건정심을 열고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오리지널의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약가 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 보건 당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비교해 한국의 제네릭 약가는 2.17배 높고 국내 R&D 투자 비율도 주요국 대비 크게 낮은 상황”이라며 “약가 제도 전반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미 등재된 제네릭 약제 중 2012년 약가 개편 이후에도 약가 변동 없이 10년 이상 유지된 품목 역시 약가 조정을 추진한다. 다만 퇴장 방지, 저가, 희귀 의약품, 개량 신약, 개량 신약 복합제, 바이오시밀러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제네릭 가격 조정 기준도 기존 ‘21차수’에서 ‘11차수’로 앞당겼다. 제네릭은 개별 품목이 아니라 특허 만료 이후 일정 기간 내 진입한 제품들을 ‘차수’ 단위로 묶어 등재하는 구조여서 한 차수에 수십 개의 품목이 몰리는 경우가 많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1번째까지 가격을 유지하도록 두는 것은 과도하다는 판단에서 절반 수준으로 조정했다”고 말했다.
동일 성분 제네릭이 특정 차수에 과도하게 쏠리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인 ‘다품목 등재 관리’ 또한 신설됐다. 동일 성분 제품이 대량 등재된 경우 등재 1년 이후 해당 성분 전체를 11번째 차수 약가 수준으로 일괄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초기 과열 경쟁을 완화하고 가격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 같은 제네릭 약가 개편 제도를 내년 하반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제네릭 가격 인하와 별도로 기존 사후 관리 제도도 정비한다. 연중 수시로 실시했던 사용량 등에 따른 가격 인하를 2027년부터 매년 4월·10월로 정례화해 업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실거래가 조사는 인센티브 기반으로 전환해 경쟁을 통한 실제 약가 인하가 더 효과적으로 반영되도록 구조를 개편한다. 급여 적정성 재평가는 내년부터 선별 등재 이후 약제까지 확대하되 임상 유용성 재검토 필요성이 확인된 약제 중심으로 운영해 사후 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주기적 약재 재평가는 내년까지 종합적 약가 평가·조정 기전을 마련해 2027년부터 3~5년 주기로 적용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혁신 신약 가치 반영을 강화한다. 경제성평가임계값(ICER)을 개선해 질환의 위중도와 대안 치료 여부에 따라 비용효과성 평가 기준을 탄력적으로 상향하고 2026년부터는 약가유연계약제를 신규 신약, 특허 만료 오리지널, 바이오시밀러 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넓힌다.
관련 업계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 “제약·바이오 강국 도약의 골든타임인 현시점에서 추가적 약가 인하는 기업의 R&D·인프라 투자, 우수 인력 확보 등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총약가 인하 규모가 사실상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업계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조정은 2012년 이후 가격이 한 번도 변하지 않은 품목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몇 년에 걸친 단계적 조정이어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 동안 약가가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약은 이미 충분히 이익을 공유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약 업계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개편을 진행할 계획이며 필요할 경우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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