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망과 직접 연결해 전력을 주고받는 ‘V2G(Vehicle to Grid)’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이 서비스는 전기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전력저장장치(ESS)로 활용해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지난 9월 제주도와 맺은 ‘그린수소·분산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의 후속 조치로 내달 초 제주도청 홈페이지를 통해 V2G 시범 서비스 참여 고객을 모집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서비스는 같은 달 말부터 본격 시작해 상용화 확대 가능성을 모색한다.
V2G는 전용 양방향 충전기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에서 전력망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술이다. 전력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을 때 전기차를 충전하고 전력 수요와 가격이 높은 시점에 전기차의 남은 전력을 차량에서 전력망으로 방전하는 식으로 최적의 충·방전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
이번 시범 서비스에는 현대차·기아(000270)·현대엔지니어링·제주도청·한국전력 등 민관이 함께 참여한다. 현대차·기아는 기술 검증과 운영을 총괄하며 현대엔지니어링은 충전 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마련한다. 제주도청은 조례와 제도 개선을, 한국전력은 차량과 배전망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V2G 시범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전력의 불균형한 수요 공급을 조정하는 등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풍력·태양광 발전 비중이 높은 제주도의 특성상 낮에 과잉 공급되는 전력을 전기차가 저장하고 밤에 다시 공급할 수 있어 재생에너지의 활용도와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시범 서비스 모집 대상은 현대차 아이오닉9 또는 기아 EV9 보유 고객 중 자택·직장에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이용자로 총 55대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양방향 충전기를 무상 설치하고 서비스 기간 중 충전 비용 전액을 지원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시범 서비스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기술·사업성을 검증한다. 향후 V2G 관련 제도가 갖춰지면 제주도에 V2G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정부·지자체 협의를 거쳐 다른 국내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V2G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다. 현대차그룹은 네덜란드에서 완성차 업체 최초로 내달 말부터 아이오닉9·EV9 고객을 대상으로 V2G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내년에는 서비스 차종을 확대하고 영국 등 유럽 주요 지역에 순차 도입한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자연재해 발생 시 전기차 전력을 가정으로 공급하는 V2H(Vehicle to Hom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호근 현대차그룹 미래전략본부 부사장은 “V2G를 포함한 전기차 활용 전력 기술이 고객에게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한다”며 “국내·해외 V2G 서비스는 그룹 전기차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에너지 시장을 선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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