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 많았어요. 앞으로는 혼자 고민하게 두지 않겠습니다.”
27일 오전 중부지방청 산하 수원세무서. 임광현 국세청장은 예고 없이 세무서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력한 세무조사 권한을 바탕으로 ‘경제 검찰’로 불리는 국세청이지만 일선에서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는 세무서 직원들은 ‘을’의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4년 지방청 송무과에서 조세 소송 업무를 맡았던 A 씨는 세금 고지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민원인으로부터 잦은 협박과 위협을 겪어왔다. 법원 복도에서 머리를 맞아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은 일도 있었고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식의 협박도 이어졌다. 해당 민원인은 2015년부터 A 씨를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사기 미수 혐의, 사기 혐의 등으로 수사 기관에 고소했고 A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상 근무가 어려울 정도의 불안을 호소해왔다.
지난해엔 또 다른 세무서에서 근무하던 과장급 공무원이 비슷한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퇴직하기도 했다.
2022년 국세청 차장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가 3년 만에 청장으로 복귀한 임 청장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직원들을 가장 많이 걱정해왔다. 차장 퇴임식에서도 “강성·악성 민원 때문에 몸도 마음도 아파하는 직원들이 너무 많은데, 조직이 끝까지 보호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임 청장이 수원세무서를 찾은 것도 악성 민원을 더 이상 직원 개인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취임 일성을 현장에서 실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국세청은 세금 부과·징수 업무의 특성상 악성 민원이 반복되는 구조를 안고 있다.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3%가 ‘악성 민원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다. ‘3건 이상 경험했다’는 비율도 67%에 이른다. 이는 국세청의 낮은 지원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급 공채시험 주요 행정직군의 전체 경쟁률은 22대 1을 기록했지만 세무직은 7.8대1에 그쳤다.
임 청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앞으로는 조직이 직접 나서서 책임지고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며 “예산이 들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 이상 직원들이 혼자 민원을 감당하고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세청은 3일 ‘직원 보호 전담 변호팀’을 신설해 악성 민원 발생 시 기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변호팀은 본청 소속의 5급 변호사 2명과 6급 세무직 2명으로 구성됐다. 직원이 협박·명예훼손·폭행 등의 피해를 입을 경우 범죄 성립 요건을 검토해 필요하면 기관 명의로 고발하고, 정상 업무 수행 중 고소를 당한 직원에게는 법률 상담과 수사·재판 대응도 지원한다.
악성 민원을 겪은 일선 직원은 소속 관리자 보고 등 중간 과정 없이 본청의 변호팀에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신청 수단도 전산·메일·문자·전화 등으로 다양화해 접근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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