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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 안 뽑으면 위법, 뽑자니 기준이 없다

■반년새 3차례 강행…혼란만 키운 상법개정

내년 9월 분리선출 시행 앞두고

정관 바꿔야 하는 상장사 656곳

안건 부결 대처할 유권해석 없고

이사 의무도 행위기준 없이 시행

입법처도 "주주가치 역행" 지적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며 수차례 상법을 개정해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모호한 기준 등으로 현장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관부터 바꿔야 하는 기업들은 유권해석이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발만 구르고 있다.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는 3차 상법 개정안도 충분한 검토와 꼼꼼한 제도 설계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상장사 2598개사 가운데 자산 총액이 1000억 원 이상이면서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상장사는 710개사다. 내년 9월 10일부터 시행되는 분리 선출 감사위원 2명을 뽑기 위해 정관을 바꿔야 하는 상장사는 656개사로 92.4%를 차지했다. 대부분이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1명으로 명시했거나 따로 정하지 않은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내년 9월 10일부터 시행되는 2차 상법 개정안 규제를 충족하려면 당장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정관을 바꿔야 한다. 올해 9월 법안을 시행하면서 유예기간을 1년으로 정했으나 실제 유예기간은 정기 주총까지 6개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함께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이 필요해 더욱 쉽지 않다. 실제로 올해 정기 주총에서도 약 920개 상장사 가운데 약 30개사가 주총 부결로 정관을 바꾸지 못했다.

주요 기업들은 연말부터 내년 주총을 준비하는데 정관 변경 안건이 부결됐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유권해석도 나오지 않았다. 분리 선출하지 않은 감사위원의 임기가 내년 9월 이후로도 남아 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선임 당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출한 감사위원을 임의로 해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내년 7월 23일부터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를 초과하는 부분을 제한하는 ‘3% 룰’이 시행되는 만큼 선출이 더욱 어려워진다.



문제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유예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법 시행 이후 최초로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때부터 적용’이라는 한 줄만 넣었어도 현장 혼란을 막을 수 있는데도 ‘더 센 상법’을 내겠다며 급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빠졌다. 정작 함께 개정된 집중투표제는 ‘시행 후 최초 이사 선임 주총 소집부터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1차 상법 개정안도 급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이사의 구체적인 행위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준수 여부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판단해야 하는데 현행법만으로는 구체적인 의무 지침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법원의 개별적인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사에게 과도하게 책임을 추궁하면서 소극적인 의사 결정으로 주주가치 제고가 이뤄지기 힘든 환경이 조성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회사 경영진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되더라도 일정한 절차와 요건을 충족하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경영판단원칙’ 등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주주 보호와 이사 책임 간 균형을 이루면서 이사의 주의 의무에 대한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 경영판단원칙을 명문화하는 개정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자사주 의무 소각 법안 역시 지나치게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담다 보니 누더기 법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기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자사주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매년 주총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승인된 계획에 대해서도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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