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투자 위축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기후·에너지 분야의 ‘게임체인저’ 기술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한다. 중국이 장악한 태양광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탠덤셀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반도체 파운드리 모델을 본뜬 SMR(소형모듈원전) 파운드리를 구축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본지 11월 22일자 4면 참조(([단독]SMR·그린수소 차세대 에너지 띄운다”…초혁신경제 3차 계획, 다음주 발표)
정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혁신경제 15대 선도프로젝트 3차 추진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3차 계획은 지난 9월과 10월에 이은 세 번째 시리즈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6개 핵심 과제에 초점을 맞췄다. SMR(소형모듈원전), 그린수소, 차세대 태양광, 해상풍력, 차세대 전력망, HVDC(초고압직류송전) 등 6개 프로젝트가 대상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향후 수십년간의 성장궤도를 결정할 전환점에 있다”며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눈에 띄는 승부수는 차세대 태양광이다. 현재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저가 물량 공세를 앞세워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이론적 한계 효율을 뛰어넘는 ‘탠덤셀’ 기술로 시장의 판을 흔들겠다는 전략이다. 탠덤셀은 기존 실리콘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층을 얹어 효율을 극대화한 기술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탠덤셀 핵심 소재와 열화 원인 분석 기술을 확보하고, 2028년에는 세계 최초로 탠덤 모듈 상용화에 성공하겠다는 공격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어 2030년까지 셀 효율 35%, 모듈 효율 28%를 달성해 중국 등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초격차’ 수준으로 벌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과 학계가 참여하는 차세대 태양광 추진단을 가동하고, 소재·장비 국산화를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를 지원한다.
해상풍력 분야에서는 글로벌 트렌드인 대형화에 발맞춰 20MW(메가와트)급 이상의 초대형 터빈 독자 개발에 나선다. 현재 국내 기술력은 타워나 하부구조물에 강점이 있으나, 핵심인 터빈은 선진국 대비 열세다. 정부는 2026년부터 블레이드 등 핵심 부품 국산화에 착수해 2027년 상용화 개발을 시작하고, 2030년에는 20MW급 터빈을 실증해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먼 바다에서도 발전이 가능한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 확보도 병행한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손실 없이 나르는 전력망 확충도 핵심 과제다. 정부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에 필수적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자립화를 추진한다. 현재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등 해외 기업이 주도하는 전압형 변환 기술을 2027년까지 국산화하고, 2030년까지 서해안 실증 선로에 우리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인한 전력 수요 폭발의 대안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전(SMR) 육성 전략도 구체화됐다. 정부는 한국형 혁신형 SMR(i-SMR)의 표준설계 인가를 2028년까지 획득하고, 2030년부터 본격적인 글로벌 수출에 나선다. 특히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창원·부산·경주를 잇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 거점을 구축한다. 반도체처럼 SMR 기자재를 위탁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인 제조 허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6년부터 제작지원센터를 건립하고, 민관 합작 사업화 추진기관도 설립한다.
또한 정부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AI 기반의 차세대 전력망을 구축하고, 배전망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도입해 계통 유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대용량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해 그린수소 생산 단가를 낮추고 선진국 수준의 생산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구 부총리는 “대한민국이 초혁신 경제의 글로벌 발상지가 되도록 모든 역량과 지원을 집중하겠다”며 “AI와 초혁신경제 선도프로젝트가 반드시 성과를 내도록 대규모 재정투자와 과감한 규제개선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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