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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선원 고용 증가세의 비결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무역 의존도와 유사시 전략 선대 운영을 고려하면 적정한 규모의 해기 인력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 과제다. 그러나 과거 고소득 전문직으로 인식되던 선원의 위상이 육상직 근무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자 한국인 선원 수는 감소세를 보여왔다.

약 1500명의 해기사가 매년 양성되고 있지만 초급 해기사 상당수는 육상 직업을 찾아 하선하기 때문이다. 한국인 해기사 승선 인원은 2017년 7000명대에서 감소해 2018년 이후 2022년까지 6000명대에 머물렀다. 반면 선대는 2023년 1154척에서 2030년까지 1524척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2000명 이상의 해기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은 6000명대의 해기사 승선 인력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었다. 한국인 선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조치가 절실했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한국해운협회는 2년 전 ‘한국인 선원 일자리 혁신과 국가 경제 안보 유지’를 위한 노사 합의안을 도출하고 해양수산부와 함께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는 2008년 노사정 공동선언 이후 15년 만의 합의였다.

주된 내용은 선원 승선 기간을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고 유급휴가 일수도 2일을 늘리는 것이었다. 또 해운사들이 ‘선원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한국인 선원 양성과 고용 확대, 선박 내 인터넷 이용 환경 개선 등에 사용하기로 했다. 정부도 선원 소득 비과세 한도를 월 500만 원까지 높였다. 선원들이 간절히 바라던 승선 환경 개선을 이룬 것이다.

노사정 합의 이후 2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한국인 해기사 승선이 증가하고 있으며 해기사 이직률도 줄고 있다.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인 해기사 승선 인원이 2022년 6832명에서 지난해에는 7848명으로 2년 사이 1000명 이상 늘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승선이 증가했다. 20·30대 해기사는 그간 육상과의 단절 때문에 해상 근무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25~30세 미만 해기사 승선 인원이 2017년 1703명이었으나 이후 거의 매년 감소해 2023년에는 1535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노사정 타협 이후 2024년에는 2259명으로 1년 사이 724명이나 늘었다. 이는 승선 기간 단축과 휴가 일수 증가, 그리고 통신 환경 개선 등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기대에 부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해기사의 높은 이직률도 낮아지고 있다. 2017년 이후 2022년까지 해기사 이직률은 평균 17%에 달했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해기 전승의 허리 역할을 하는 2급 항해사와 2급 기관사의 높은 이직률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됐다. 2017년 이후 2023년까지 2급 항해사와 2급 기관사의 평균 이직률은 각각 9.1%, 12.7%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2급 항해사와 2급 기관사의 이직률은 각각 0.4%, 3.2%에 머물러 해기사 중간 간부들의 승선 환경이 호전됐음을 입증했다.

노사정 합의에 의해 선사들이 조성한 1000억 원의 선원 기금으로 지난해부터 선박 인터넷 개선, 장기 승선 장려, 그리고 오션폴리텍 교육 사업에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내년에도 이들 사업의 지속 추진과 함께 기관사 인력 확대, 부원 양성 방안 등 현안 해결을 위한 사업도 확대될 것이다. 더 나은 승선 환경을 만들면 한국인 선원도 증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이 지속돼 한국인 선원 승선이 계속 확대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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