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75원대로 높아지면서 외환 당국에 비상이 걸렸으나 순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상장사들은 실적 개선 전망과 함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원화 약세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고환율 수혜주’를 찾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영원무역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39% 오른 9만 3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달 10일(6만 400원) 이후 13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60%나 뛰었다. 이달 국내 증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이다.
미국의 상호관세 영향으로 지지부진했던 영원무역 주가가 큰 폭 오른 것은 원화 약세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영원무역은 노스페이스·파타고니아·아크테릭스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를 주로 생산하는데 매출 대부분이 미국 달러화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매출부터 순이익까지 환율 효과를 볼 수 있는 유일한 OEM 업체”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핵심 부품 업체인 HL만도는 이달 주가가 3만 8550원에서 4만 2350원으로 9.9% 상승했다. 로봇 산업 진출 기대감도 크지만 마찬가지로 원화 약세로 인한 매출 확대 효과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LG이노텍도 원화 약세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증권사들은 카메라 모듈, 반도체 기판 등 업황 호조와 함께 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졌다며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4분기부터 원화 약세로 인한 실적 확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증권이 추정한 결과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2600억~2700억 원 증가한다. 올해 경영계획은 원·달러 환율 1350원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원화 약세가 미국에서 발생하는 관세 비용의 절반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 환산 외화 매출의 상승 폭이 판매 보증 충당 부채 증가분을 상쇄하고 오히려 환차익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B증권 분석 결과 원화 약세가 나타날수록 국내 주요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EPS가 각각 0.4%, 0.9%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환율 상승이 과거처럼 위기로 연결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가격 경쟁력에는 도움이 되면서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충격을 완화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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