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과 관련해 대산 석화단지에서 업체 간 1호 자율 구조조정안이 나왔다. 롯데케미칼(011170)과 HD현대케미칼은 석화 설비를 통폐합해 그간 구조적 과잉 문제가 지적돼온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감축할 계획이다. 석화 구조 재편 논의가 8월 본격화한 후 첫 합의안이 실행에 옮겨지면서 울산과 여수 산단 내 구조조정 움직임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은 26일 석화 사업 재편 계획에 대한 정부의 승인 심사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사업 재편 계획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대산 공장만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을 만들고 해당 분할회사를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한다. 합병 이후 롯데·HD현대케미칼이 존속하고 분할 신설법인은 사라진다. 이후 롯데케미칼이 합병법인의 주식을 추가 취득해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합병 법인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게 된다. 현재 HD현대오일뱅크과 롯데케미칼은 합병 전 HD현대케미칼 지분을 각각 60%, 40%씩 보유 중이다.
양 사는 이를 통해 NCC를 비롯한 석화제품 생산에 대해 합리화 및 일원화된 운영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의 에틸렌 생산 규모는 연간 110만 톤, HD현대케미칼은 85만 톤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합병법인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195만 톤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의 후속 조치로 NCC가 100만 톤가량 감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정부가 내세운 NCC 감축 목표치(270만~370만 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양 사는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HD현대케미칼 측은 “고부가 및 친환경 사업 구조로의 전환도 병행하며 석화 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의 석화 사업 재편안은 산업통상부의 심사 및 승인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양 사의 기업결합건에 대한 사전 심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소비자 피해 예방 필요성과 국민 경제적 측면의 효율성 증대 효과 등을 면밀히 검증 및 심사하되 석화 산업이 처한 구조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신속하게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석화 산업 전체 가치사슬과 인접 시장 등 거래 상대방에게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산에서 석화 기업 간 첫 자율 구조조정 합의가 이뤄지면서 다른 산단 내에서 기업 간 협의 중인 구조조정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울산에서는 대한유화(006650)·SK지오센트릭·에쓰오일(S-Oil(010950)) 등 3사가 외부 컨설팅 기관의 자문을 통해 사업 재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여수에서는 LG화학(051910)과 GS칼텍스 간 구조 재편이 추진되고 있으며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간 설비 통합 논의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올해 말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주요 석화 업체를 대상으로 NCC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한 자체적인 사업 재편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했다. 정부가 요구한 감축 목표치(NCC 기준)를 달성하려면 대산에 이어 울산과 여수 산단의 대규모 설비 감축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과 여수 산단 입주 업체들 간 구조 재편안 논의가 줄지어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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