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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대신 빛으로…AI데이터센터 미래 밝힌다

■ 주목 받는 '포토닉 인터커넥트'

구리 기반으론 데이터 전송 한계

광자 활용땐 저항·발열 부담 줄여

ETRI, 빛으로 자원 재구성 실증

자원효율 높이고 DC 비용도 절감


지난 수십 년간 인터넷·클라우드 시대를 지탱해온 핵심 기술은 ‘구리’ 기반의 데이터 전송이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중앙처리장치(CPU) 등 칩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과정은 구리선 안에서 전자가 움직이며 신호를 전달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해당 기술은 가격이 저렴하고 구축이 쉬워 오랫동안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근본적 한계에 직면했다.





수천~수만 개의 GPU를 연결하는 초대형 AI 클러스터에서는 연산 능력보다 GPU와 GPU,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간 데이터 이동 속도가 전체 성능을 결정한다. 하지만 구리 기반의 연결은 대역폭을 높일수록 발열과 저항이 증가해 신호 손실이 발생하고 800Gbps~1.6Tbps 이상의 고대역폭은 사실상 감당하기 어렵다. 속도 문제뿐 아니라 전력 측면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1000TWh(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일본 전체 전력 수요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전력의 절반 이상이 ‘연산’이 아니라 데이터 이동과 냉각 과정에서 소모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최근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포토닉 인터커넥트(Photonic Interconnect)’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전기 대신 빛(광자)을 이용해 칩과 칩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리선에서 발생하는 저항, 발열, 신호 감쇠 부담을 덜어준다. 해당 기술을 응용하면 광섬유 한 가닥에 여러 파장(WDM)을 동시에 실어 보낼 수 있어 초병렬 전송이 가능하며 대역폭 확장성도 매우 높다. AI가 커질수록 ‘계산 속도’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옮기느냐’가 성능을 좌우하는 만큼 포토닉 인터커넥트는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GPU·메모리·스토리지 자원을 ‘빛’으로 재구성하는 차세대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세계 최초로 시스템 단위에서 실증하며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기존 구리 기반 구조의 병목을 넘어 필요할 때 즉시 자원을 연결하는 ‘디스어그리게이션(disaggregation)’ 개념을 광 기반으로 확장했다. 이준기 ETRI 광네트워크연구실장은 “AI 시대에는 계산 성능 자체보다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묶어 쓰느냐가 데이터센터 비용과 성능을 결정한다”며 “전기신호 대신 광 신호를 쓰면 지연(latency)이 획기적으로 줄어 메모리 접근 속도를 1마이크로초(μs)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계는 전기 기반의 CXL(Compute Express Link) 기술을 통해 서버 내부 자원을 묶는 초기 상용화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도 CXL 기반 제품을 내놓고 있다. CXL은 CPU와 GPU·메모리를 더 효율적으로 연결해주는 초고속 통신 규격이다. 서버 안 구조는 CPU·GPU와 메모리가 딱 달라붙은 형태로 이뤄져 각 부품이 다른 부품의 메모리를 사용할 수 없다. 서버 한 대 안에 있는 자원만 사용하도록 고정된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는 특정 CPU는 메모리가 부족해 계산이 느린데도 다른 CPU는 메모리가 남아도는 자원 비효율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CXL은 메모리가 부족한 CPU가 다른 장비의 메모리를 빌려쓸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ETRI는 이 같은 CXL을 대규모로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CXL은 전기적 방식으로 보드 단위 확장에는 유리하지만 데이터센터 전체로 확장하려 할 때는 지연과 전력 문제가 남는다. ETRI가 선보인 기술은 전기가 아닌 광 기반 연결을 사용해 랙(rack) 단위를 넘어 데이터센터 전체로 확장 가능한 구조다. 연구진은 GPU·HBM·스토리지·스위치를 모두 광 기반으로 연결한 시스템 아키텍처를 세계 최초로 실증했다. 이는 기존 CXL 기반 확장이 보드 수준에 머물렀던 한계를 뛰어넘은 성과다. 이 방식이 적용되면 데이터센터 자원 활용률을 기존 40%대에서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 실장은 “노는 자원을 없애는 것이 목표”라며 “자원 활용 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과 운영 비용 역시 크게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상용화다. 현재 ETRI는 관련 핵심 기술 특허를 47건 출원했으며 이를 CXL 표준과 연계해 글로벌 기업에 라이선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실장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는 산업계와 연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3년 안에 서버 업체나 장비 기업을 통한 기술이전과 상용 검증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과제 연계도 추진 중이다. 국내외 스타트업과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 역시 내년부터 본격화한다. 연구진은 “광 기반 자원 할당 구조는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어 과도한 장비 설치를 줄이고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TRI는 현재 단일 랙에서 실증을 완료했으며 향후에는 멀티랙과 데이터센터 전체 규모로 확장 실증을 진행한다. “여러 랙을 연결한 구조에서 동일한 성능이 구현되면 산업체들이 바로 상용화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이 실장은 “CXL 기반 자원 연결 기술을 광으로 대규모 확장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며 “AI 시대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구조를 한국이 세계 최초로 실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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